금요일 저녁 ,
헐레벌떡 문을 여시는 @@어머님,
양손에 들려진 장바구니는 묵직했습니다.
"에고 문 닫을 가봐 뛰었네 "
"어머니 어디 편찮으셔요? 오전에 다녀가셨는데…."
혹시나 더욱 아파지신 건지 하는 걱정에
얼른 손을 붙드는 저희 직원에게
"이거 받아"
간호사의 손에 들려진 주머니 속엔
잘 포장된 반찬그릇이 담겨 있습니다.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물 한잔을 드시며
"맛있는지 모르겠어"
반찬 그릇에는 제육볶음과 무채 무침이 가득 입니다.
이내 "나 간다" 하고 나가시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
장바구니에
또 다른 어머니가 주신 사과와 배를 채워 돌려드립니다.
며칠간 우리의 밥상은
그 어머니의 정성으로 채워집니다.
하루하루, 환자와 우리는 단지 약과 진료로만
서로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내가 잡은 손, 내가 들은 숨소리
내가 들은 그의 아픔, 내가 두드린 그의 등
서로를 삶의 한 자락으로 기억하고
또한 그 기억을 남기려합니다.
사람과 의료는
단지 결과만이 아닌
순간과 과정으로 남을 때
진정한 치유의 힘을 가지는 거 같습니다.
개원의로 10여년이 넘어가며
제게 가장 부요하게 남은 것은
나의 사람들입니다.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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