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섞어 다이어트 약으로 판매, 의료행위일까 아닐까?
건강식품 섞어 다이어트 약으로 판매, 의료행위일까 아닐까?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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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규정 모호한 '무면허 의료행위' 판례로 정리해보니...
문신·채혈 '의료행위' 명백...'위해 가능성' 핵심 판단 기준
ⓒ의협신문
ⓒ의협신문

비의료인이 다이어트 관리 명목으로 여러 종의 건강식품을 임의로 섞어 팔았다면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있을까? 수술실 내에서 전기수술기 다이얼을 조작하는 일은 의료행위일까 아닐까?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매우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 근거가 되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은 매우 추상적인 형태로 서술하고 있다.

'A=의료행위', 'B=비의료행위' 등으로 목록화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의료행위 여부의 구분은 주로 판례나 유권해석을 토대로 이뤄지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까? 축적된 판례는 무엇을 의료행위로, 무엇을 비의료행위로 보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의료법 업무를 담당했던 오성일 서기관(보육기반과)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료법의 해설>을 바탕으로 주요 관련 판례들을 들여다봤다. 

의료행위 판단 핵심은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기존의 판례들은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이외에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행위의 근거(의학적 전문지식 필요여부) ▲행위의 양태(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진단·처방·처치 수반여부) ▲행위의 효과 및 부작용(보건위생상 발생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하나, 원칙적으로 이 3가지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행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그 대상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보아야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에서 확인된 일관된 판단이다.

문신·채혈·카이로프랙틱·파라메딕=의료행위

기존의 판례들은 문신과 채혈행위, 카이로프랙틱과 파라메딕 등에 대해 모두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대법원은 눈썹과 속눈썹 문신행위에 대해 지난 1992년 "시술 중 진피를 건드리거나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문신용 침으로 인해 질병의 전염 우려가 있다"며 "눈썹 문신행위는 의료행위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채혈도 마찬가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4년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감염·혈관 손상·과다 채혈·응고 과정에서의 돌발상황 발생 등 사람의 생명·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채혈행위는 그 자체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다.

카이로프랙틱과 파라메딕(방문검진)에 대해서도 법원은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과거 대법원은 카이로프랙틱에 대해 "환부 또는 반대부위 및 척추나 골반에 나타나는 구조상의 이상 상태를 도수 또는 바이타기 등으로 압박하는 등의 시술을 반복 계속한 것은 결국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케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파라메딕에 대해서도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가 행하지 않아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수술실에서 전기수술기 다이얼 조작=의료행위

수술실에서 전기수술기 다이얼을 조작하는 것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있다.

2016년 대법원 판결로, 당시 법원은 "전기수술기는 기존의 메스를 대신해 고주파 전류를 사용해 절개 및 지혈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구로서 파워조절기가 설정하는 전압의 강도에 따라 전국에서 발생하는 열량이 달라지게 되어 절개 및 지혈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바, 전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용량결합 손상이나 화상, 체내 전기 자극기 또는 장손상까지 유발될 수 있다"며 "전기수술기의 파워다이얼 조절은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안마·지압·스포츠마사지=피로회복 차원 넘어서면 의료행위

안마와 지압·스포츠마사지 등 인체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행위들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경계선에 서 있다. 종합하자면 '피로회복 차원을 넘어 질병 치료행위까지 이를 경우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다.

대법원은 2000년 "안마나 지압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그것이 단순한 피로회복을 위해 시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대해 상당한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어떤 질병의 치료행위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 즉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4년에는 손님의 질병 종류에 따라 손을 이용하거나 누워 있는 손님 위에 올라가 발로 특정 환부를 집중적으로 누르거나 주무르거나 두드리는 방법으로 길게는 1개월 이상 시술을 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금액을 받아온 모 피고인의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실 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피로회복을 위한 시술을 넘어 질병의 치료행위에까지 이른 것으로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한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건강식품 단순 권유=비의료행위/ 임의 조합·판매=의료행위

건강(기능)식품 상담과 관련해서는 행위 내용에 따라 판단이 엇갈린다. 종합하자면 건강식품을 단순히 권유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으나, 건강식품을 임의로 조합해 판매하는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A건강보조식품판매업자는 고객을 상대로 체질검사를 하고,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과 함께 전문적인 다이어트 관리를 해주겠다며 의료기기인 체지방측정기를 사용해 체지방 분포율과 비만도를 측정했다. A업자는 살을 빼는데 효능이 있다며 건강보조식품 5∼6종을 마치 비만을 치유하는데 효력이 있는 것처럼 판매했다.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고객들이 부작용을 호소하자 대처방법과 복용방법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대법원은 A업자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평소 건강식품과 식음료법에 관해 연구하며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위 건강식품을 복용하도록 단순히 권유한 행위에 대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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