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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분야 치료편차 심해 신포괄수가제 포함 부적절"

"흉부외과 분야 치료편차 심해 신포괄수가제 포함 부적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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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학회, "환자 간 난이도 커 질병분류 안된 상태…중증환자 회피" 우려
단순 심장질환 위주 운영 병원 시범사업 참여 비정상적 선택…즉시 중단 촉구

대학병원 흉부외과 수술 장면 ⓒ의협신문 김선경
대학병원 흉부외과 수술 장면 ⓒ의협신문 김선경

내년부터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이 전문병원을 포함해 민간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심장질환 분야에서 특화된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A병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흉부외과 분야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

또 흉부외과 분야는 환자 간 치료의 난이도가 크고, 이에 대한 질병분류도 안 된 상태여서 치료과정 전반에 걸쳐 비용을 표준화하게 되면, 병원들이 중증환자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괄수가제(DRG)는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과정 전반에 걸친 비용을 표준화해 지불함으로써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방지하고 비용 청구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비용의 발생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DRG의 전제 조건은 동일 질환 환자 간의 편차가 매우 적고, 이를 치료하는 병원 및 의사 간의 치료 방법과 병원의 설비, 그리고 의사들 간의 수기의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13년 7월 백내장, 편도, 치질, 탈장, 맹장, 제왕절개 및 자궁근종과 같은 양성종양이나 시술에 관련된 합병증 발생 위험이 극히 낮은 질병에 국한해 시행된 것도 DRG의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흉부외과 영역은 사람의 생명과 가장 밀접한 분야로 같은 병기의 폐암 환자를 같은 의사가 수술해도 환자의 나이, 다른 장기의 상태, 늑막의 유착 여부, 암 조직의 주위 침범 상태, 수술 후 폐 기능 상태에 따라 수술 수기 및 시간, 그리고 예후가 다르다.

심장판막수술의 경우도 환자의 나이, 다른 장기의 상태, 판막의 협착과 역류 정도, 석회화 여부, 심장근육의 손상 정도, 혈전 유무, 관상동맥이나 대동맥 질환의 동반 여부에 따라 수술의 난이도와 환자 예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학회는 "이런 환자 간의 난이도의 차이는 현재의 질병 분류표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흉부외과 수술은 수술에 필요한 장비는 물론 수술 전 진단 및 수술 후 처치를 위해서도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데, 이 또한 병원 간의 차이가 작지 않다"며 DRG의 전제 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포괄수가제로 처치 항목에 따라 포괄 부분과 비포괄 부분을 혼재시키는 것은 오히려 행정적으로 복잡한 문제만 가중할 뿐만 아니라 처치의 표준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교적 표준화가 잘 됐고 상대적으로 경증 질환이어서 그동안 DRG를 실시했던 7가지 질환군조차도 이를 시행한 병원들에서 경증 환자는 많이 볼수록 도움이 되지만 중증 환자는 손해가 된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학회는 "흉부외과 영역에서도 무리하게 DRG를 실시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중증 환자 회피 현상이 발생한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병원이 흉부외과 분야를 대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 중에서 가장 보편성을 가진 중간값에 해당되는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함에도 오로지 심장 수술만, 그것도 단순 심장질환 위주로 운영되는 아주 예외적인 A병원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결코 정상적인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

학회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하기 전에 먼저 각 질환의 분류 및 환자 상태 파악의 기준은 물론 치료 과정의 난이도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분류체계의 확립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절한 표준화 작업이 완성된 다음에 가장 보편적인 위치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해 오류나 미비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고 강조했다.

"상식에 어긋난 시범사업 대상 선정으로 인한 데이터의 왜곡 역시 불가피하다"고 밝힌 학회는 "어떤 정책도 소중한 생명의 희생 가능성을 전제로 시행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시범사업의 전면적인 중단은 물론 DRG 전제 조건의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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