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장애' 판정 길 열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장애' 판정 길 열리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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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지체기능장애 범주서 CRPS 배제 평등원칙 반해" 판단
보건복지부, 12월 장애 판정기준 논의...대법원, 투렛증후군 판결 계기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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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통증을 신체적 장애에 준한다고 판결하면서 보건복지부, 국회, 대한통증학회 등이 장애정도 판정기준에 '통증' 항목을 넣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는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지체장애 판정기준,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9-117호)에서는 '감각손실 또는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통증에 시달리는 CRPS 환자들이 장애인 판정을 받지 못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CRPS를 지체기능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CRPS 환자가 A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장애등급 결정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CRPS 환자 측의 손을 들어준 것.

원고는 지난 2012년 업무 중에 왼쪽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후 CRPS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극심한 통증으로 손가락 기능 손실을 호소하면서 피고(A지방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인 등록 신청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연금공단은 CRPS 통증은 장애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도 "지체장애 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국가배상법, 산업재해보상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CRPS 환자를 중증장해로 인정하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에서는 CRPS를 지체기능장애 범주에서 제외해 평등원칙에 반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장애의 원인보다 기능 장애 수준에 주목해 원고의 통증으로 인한 기능손실을 장애로 인정한 것.

A지방자치단체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료감정 결과에 근거하고 있어 최종심에서 원심 판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투렛증후군(운동틱·음성틱)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장애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에서 "특정 장애 종류가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이런 환자를 장애로 판정하는 것이 법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원고의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조항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장애인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조항 중 원고의 장애와 가장 유사한 종류의 장애 유형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해 장애 정도를 판정함으로써 장애 정도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CRPS 환자들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장애정도 판정기준에 CRPS 항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장애정도 판정기준 항목 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통증학회는 그동안 진단 의사에 따라 제각각인 CRPS 진단, 치료, 신체 감정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진단을 표준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법원에서 CRPS를 장애로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고, 진단을 표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 12월 중 열리는 장애판정위원회에서 CRPS와 투렛증후군을 장애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장은 "아직 통증(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은 공식적으로 장애인 판정 척도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법원 판결에 따라 국회와 통증을 장애 항목에 넣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근거 자료를 만들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취통증의학과는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와 같은 희귀난치성 통증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통증으로 인한 장애평가 참여에는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전영훈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통증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하게 되면, 장애 수당 등 복지 급여와 자동차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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