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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3:14 (화)
의사면허시험 실기 도입 10년
의사면허시험 실기 도입 10년
  •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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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전 위해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하나?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제2차 토론회'가 2019년 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의협신문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제2차 토론회'가 2019년 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의협신문

'면허(免許)'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금지된 것을 특정인에게만 허가해 주는 배타성이 내포된 제도로서, 면허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강력한 처벌을 전제하는 것도 의미한다. 의사(醫師)인 경우 의료에 관한 것은 한자의 뜻 그대로 일일이 허가를 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직역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에서 '자격'이라는 용어와 범위 설정은 흔히 전문의제도에서 구분하여 사용된다. 전문의는 면허가 아닌 특정 분야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설령, 해당 분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나 일반의가 특정 의료행위를 했다고 해서 면허 범위를 벗어났다고 비난받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물론, 의료 행위 결과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을 경우에 전문의가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정 부분 부인할 수 없는 이득으로 존재한다. 

인도 아유르베다 경전, 생명의 숭고한 가치 담은 면허 흔적

면허에 관한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쯤 인도의 아유르베다(Ayurveda) 경전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의사란 의학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모든 생명체에 대해 부모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하에 의사에게 특별한 면허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효시로 보인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 당시에도 의사가 아닌 돌팔이가 의료를 단순한 생계수단으로 전락시킨 연유에서 기원한다고 전해진다. 이런 기록들을 보면 아마도 일반 자연인의 전문직 진입을 제한한 상징적인 문턱으로 받아들여지며, 인류문명 발달사에 전문성의 초석을 다진 의미 있는 대목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아유르베다는 '가짜 의사'는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과도하게 선전하며,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를 한낱 영리 목적과 대상으로밖에 삼지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얼마 전 속칭 '쇼 닥터'로 국정감사장에 불려온 모 한의사는 쇼 닥터 행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의사 이전에 사업가"라고 주장해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낮추는 추한 민낯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그럴듯한 명칭이 사업가이고, 속된 표현으로 일개 장사치임을 주저 없이 밝힌 셈이다. 아마도 현대의 과학적 성장에서 역사적 산물인 한의사가 생존을 추구하기 위한 생계형 발언처럼 들렸다. 그런데도 대한한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한의사시험에 기초평가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한의협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의사양성교육제도 개혁 심포지엄'에서 면허제도 개선을 위해 개업면허와 교육면허를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의사양성교육제도 개혁 심포지엄'에서 면허제도 개선을 위해 개업면허와 교육면허를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면허시험 유지하는 국가 적어...인재 개발 평가도구 개발 큰 관심 

지구상에 의사면허시험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면허시험이 아닌 '졸업 증명'으로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천국인 미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외국의사로 인해 '졸업 증명'만으로 의사자격을 부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초기 미국의 의학 수준은 식민지 수준이어서 유럽 국가 중 독일·영국·프랑스 졸업생들이 그나마 실력 있는 의사로 인정을 받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사회적으로 의사로서 인정받기 매우 어려웠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일찍이 의사시험제도를 채택하고 시험 자체 즉 의사의 평가도구에 대한 발전을 도모했다 

영국은 미국식 의사면허시험을 일종의 암기력 측정이라며 낮게 평가하고 아직도 의사면허시험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않다. 

그러나 미국이 지속해서 개발한 의사시험의 평가 방법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변함에 따라 매우 정교해지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측정평가학(measurement and evaluation, psychometrics)'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로서 갖춰야 할 실질적인 역량 평가와 맞물려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의사면허 실기시험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도입한 나라다. 실기시험의 도입이 비교적 순탄했던 것은 시험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하고, 익숙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고려 광종시대에 도입한 과거제도가 조선사회를 통해 뿌리를 내리고, 사회적으로 공적인 함의를 갖는 관리의 선발에 중요한 제도로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문화유산도 상당 부분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사국시-전문의시험 조기 정착...분야별 전문역량 강화 밑거름  

광복 후 국민소득이 300달러가 채 안 되던 시절, 전쟁이 끝나자마자 곧 우리나라는 의사시험과 전문의시험을 실시했다. 이런 시험제도의 조기 정착과 성공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실력 있는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어느 정도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의사실기시험의 도입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의학계 내에서도 거부감이나 저항보다는 지지와 따뜻한 격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실기시험을 성공시킨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의학교육학회·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과 국제적 학술행사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실기시험을 도입했고 정착시켰다. 

그러나 실기시험 도입 과정에서 '실기시험 시기'가 가장 뜨거운 쟁점 사안이 됐다. 실기시험을
추진한 의학교육자들은 인턴 수료 후에 실기시험 실시를 주장했고, 이에 비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주장에 난색을 보였다. 

의사면허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의 두 가지 형태로 이원화됐다. 이는 면허에 대한 해석과 변경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본래 계획대로 모의환자와 조우하는 12개 영역의 스테이션으로 구성한 시험을 10개 만들어 필기와 실기를 졸업 시점에 완료하는 방식을 강하게 고집했다. 의학교육 전문가들과 정부 관료들 사이 줄다리기 끝에 의사면허 실기시험은 의과대학 졸업 전에 시행하는 조건으로 보건복지부는 실기시험 합격선 설정의 현대화를 양보했다. 

실기시험 접목 새 틀 갖췄지만 '관료적 합격선' 설정...역량측정 유연성 잃어  

필기시험의 합격선 설정은 지금도 고정된 60점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폐해는 잘 알려져 있고 이제는 다양한 현대적인 방법으로 합격선 설정을 할 수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필기시험 합격선 설정의 방법을 변경하는 것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전형적인 완고한 관료주의 사고가 필기시험 합격선 설정 방법도 고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면허시험은 면허시험에 걸맞은 문제를 출제해야 하며, 시험의 난이도·타당도·신뢰도 등에 따라 합격선을 변동해야 함에도 여전히 '60점'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면허시험의 출제방식은 60점 합격선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소신 있는 출제는 생각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역량측정과 변별력을 고려한 난이도 적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합격선 변동이야말로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외국의대 졸업자로 국한하여 필기와 실기시험을 실시하는데 동일한 문제를 자국 졸업생
일부에 연구목적으로 시행한 결과 당혹스러운 낮은 결과에 결국 면허시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교하게 발전한 면허시험은 더 이상 단순한 일시적 암기력 측정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위험한 의사 후보생이나 준비 안 된 의사후보생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 세계 의사면허시험을 조사 연구하고 있고 자체 시험도구를 고안하는 연구를 수년째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거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입장도 급하게 서두르는 대신 연구·탐사 시간을 연장해가며 도입 시점도 중간에 한 차례 연기한 후 이제 2020년 본격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한지 10년이 지났다. 이론과 술기를 겸비한 우수한 임상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초종합평가를 도입하고, 교육제도와 면허제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한지 10년이 지났다. 이론과 술기를 겸비한 우수한 임상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초종합평가를 도입하고, 교육제도와 면허제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pixabay]

영국 정교한 시험도구 개발 장기 투자...우리나라 실기 수준 아직 과도기  

미국의 실기시험은 임상 진입 시점에 실시하여 임상실습 교육의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됐다. 이 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캐나다의 전문가가 미국으로 취업하여 미국식 실기시험을 만들었다. 본래 목표 시점에서 여러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당초 계획보다 4년이 지연된 후에 시행하여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영국이나 미국 모두 우리나라 의사면허 실기시험을 잘 알고 파악하고 있다. 일본도 임상실습 진입 전 실기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의 실기시험은 아직 의사면허 면허시험으로 간주하기에는 다소 어중간한 상태에 있는 '과도기 상태의 시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실기시험의 도입목적이 면허시험이 갖는 최소 역량 보유자에 대한 선발보다는 부실한 임상실습 개선이 목적이다. 

보건복지부 안대로 10개의 스테이션으로 고안했다가 실기시험의 신뢰도 상승을 위해 6개의 술기, 그리고 6개의 모의환자 스테이션으로 최종 변경, 스테이션과 스테이션 이동 사이에 '인터스테이션 시험'을 추가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방책으로 면허시험의 신뢰도를 확보하려 노력했다. 

졸업시점에서 실기시험의 실시에 대해 의학계는 이미 시기적으로 시험이 미칠 악영향도 충분히 예측하고 인턴 수료 후로 시험 '시기 변경'을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 관철하지 못했다. 즉 임상실습 향상을 위해 도입한 실기시험이 4학년 후학기 57일간의 급박한 일정으로 편성해 시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임상실습의 또 다른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일선 의과대학은 합격률 제고를 위한 일종의 자구책으로 질 높은 임상 실습(training)을 확보하는 대신 집중적인 코치(coaching)를 통한 긴급 실기시험 대책반을 서둘러 운영하는 것이 의학계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기시험 도입 10년, 이론·술기 겸비 우수 임상의사 양성에 한 단계 더 도약해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좋은 시험제도는 한 나라의 국가적 자산이고,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문직의 역사에서 전문직 간의 경쟁은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과 훈련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고도화한다. 이제 실기시험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실기시험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면허제도에 대한 검토와 발전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 기초의학자들에 의하여 제기되는 기초종합평가도 반드시 검토해야 할 시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의사도 자신들의 영역과 지위확보를 위해 기초평가를 해보겠다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강공을 펴고 있다.

최근 일부 수련병원의 인턴 연봉이 6000∼7000만 원을 호가하는 판국이다. 차라리 의과대학 5년 수료나 전문대학원 3년 수료 후 필기시험으로 우선 '교육 면허'를 부여받아 실습이나 인턴과정 2년 또는 2년간의 인턴과정 수료 후 실기시험을 도입하여 의사 개업 면허를 부여한다면 지금 시스템보다 더 정교한 의사면허시험 관리방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부실한 인턴과정이나 아직 취약한 임상실습에 대한 개선을 도모하고 의사의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역량의 상승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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