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심사' 강행에 허리 휘는 의료계…"현지조사 자료량과 맞먹어"
'분석심사' 강행에 허리 휘는 의료계…"현지조사 자료량과 맞먹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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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심사 편의 목적,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 부담 안겨선 안 돼!"
'강제성이 없다?'…"개정된 행정규칙, 언제든 강제성 가질 수 있어"
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분석심사'가 심평원이 현지조사에서 요구하는 자료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부담을 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심사의 편의와 분석심사의 완성을 위해 의료기관들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며 "무리하고 강압적인 의료정책 추진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현재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석심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분석심사에 대해 '경향심사'가 둔갑한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분석심사는 의료비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의료의 획일화와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며, 결국에는 지불제도 전환으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진단이다.

바의연은 "정부는 여러 증거에 의해 분석심사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분석심사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분석심사에서 심층심사를 담당할 전문심사위원회가 의협의 불참으로 구성이 안 될 상황에 처하자, 11월 7일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여기에 기존 전문분과심의위원회 구성은 의학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6인, 전문가심사위원회의 위원장 2인이었으나, 개정 후 지침에는 의학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6인 이내', 전문가심사위원회의 위원장 '2인 이내'로 바꿨다.

바의연은 해당 조치가 "의협에서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도 전문심사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무리한 분석심사 강행 의도는 최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 공고(안) 관련 의견수렴에서 더욱 확고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5일 고시를 통해 행정규칙인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안에서는 '심사평가원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양기관의 자료 제출을 지원하기 위해 심사평가원장이 정하여 공고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바의연은 "이는 심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때 표준화된 양식과 데이터 형식으로 받아 심사 업무의 편의성을 올리고, 제출된 자료를 쉽게 데이터화해 분석심사에 쉽게 이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심평원은 얼마 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 공고(안) 관련 의견수렴 문서도 배포했다. 세부사항의 핵심 내용은 '요양기관이 심사자료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출하고자 할 때는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의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하여 제출하거나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요양급여비용 청구 관련 포털 시스템 등을 통하여 제출할 수 있다'는 것.

바의연은 "제정안의 표준서식 내용을 보면, 기입해야 하는 정보들이 매우 방대함을 알 수 있다"면서 "아주 사소한 환자와 의사의 개인정보부터 상세한 의무기록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는 심평원의 현지조사에서 요구하는 자료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전까지 의료기관은 심평원에서 심사자료 제출 요청이 왔을 때, 심사와 관련된 자체 EMR 의무기록을 파일로 보내주거나 의무기록을 스캔해서 보내주고, 필요 시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요청에 응해 왔다.

바의연은 "제정안이 통과된다면 심평원에서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으로 심사 자료 제출 요구 시, 실사에 준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추어 기입하여 제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할 수 있다' 등 강제성이 없어 보이는 장치가 있지만, 개정된 행정규칙에서 '심사평가원장이 정해 공고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점을 들어, 언제든 강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바의연은 "설사 심평원에서 이를 강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심층심사와 실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심평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심평원이 요양기관시스템과 심평원 서버를 연계 시켜 자료를 전송받으려는 계획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심평원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의료기관들의 전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의료기관들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실시간으로 심평원의 감시를 받으면서 일하는 독재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경계했다.

바의연은 "의료기관은 현재도 정부와 공단과 심평원의 수많은 요구사항과 규제 때문에 행정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며 "표준화된 전산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추가적인 행정 부담을 안기고, 실시간으로 감시까지 할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가혹하다"고 규탄했다.

90% 이상이 민간 의료기관인 현실에서, 의료기관 개설·유지·전산화 등에 대한 지원도 없이, 점차 더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바의연은 "정부는 심사의 편의와 분석심사의 완성을 위해 의료기관들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무리하고 강압적인 정책 추진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분석심사의 폐기를 시작으로, 문케어를 비롯한 포퓰리즘 정책들의 폐기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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