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공공의대 졸업자 취약지 강제 복무에 대한 생각
공공의대 졸업자 취약지 강제 복무에 대한 생각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0 17:56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하반기 현재 정부는 서남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전북 남원에 2022∼2023년경 개교를 목표로 공공의료인력 육성을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률이 현재 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되어 있다.  

법률안을 보면 그 취지는 의사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의료 취약지(농어촌)에 의사가 부족하고, 공중보건의사 자원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되어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논의가 진행중이나, 일차진료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의사, 공공보건의료 정책기획 및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의사 양성을 목표로 하며, 교육 과정에서도 공공의료를 충분히 체험하도록 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견인하는 핵심 인력을 배출하려 한다고 한다. 취약지에 근무할 의사뿐 아니라, 기피과들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학생은 시·도지사의 추천을 통해 해당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생을 학생 중에 공공보건의료 이해도가 높거나 관련 경험이 있으며 동기와 헌신 의지가 확고한 학생을 선발하고, 학비는 전액 중앙과 지방정부가 국비로 지원하며 기숙사도 제공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교육병원으로 하여 교육 수련을 진행하고, 졸업 후 10년 동안 국가에서 지정하는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기관에 배치되어 의무 복무를 할 의무를 지운다. 단, 의무복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액을 환수하고, 의사 면허를 취소하며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반대한다. 필수 의료는 그 자체가 공공성이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공공보건의료라는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는지도 의문이며, 이런 형태의 세금이 들어가는 미니의대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법에 담긴 심각한 반인권적 요소에 대한 우려는 논의해야 할 것 같다.

만일 공공의대가 의대로 설립된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 의전원으로 설립된다면 대학교 졸업 후 공공의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면, 이후 10년을 시골지역에서 의무로 복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뜻을 가지고 선택한 학생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의도대로 자신의 출신 지역에 가서 근무를 하면서 보람 있는 의사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고 3때도 마지막까지 공대와 의대 중에 선택하다가 의대를 갔고, 의대생때에는 막연히 정신과를 전공할 생각을 했으나 막상 정신과 인턴을 돌아보고 나니 전공과목을 바꾸게 되었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제약회사에도 근무해봤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하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근무도 해보았다. 이 모든 것이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 예상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한창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시기인 20∼30대는 여러가지 진로를 생각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 시기이다.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생각한 길을 마흔 살이 다 될 때까지 강제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의대 공부를 하다 보니 임상약리학에 흥미를 가졌는데 공공의대 소속의 의료기관에는 근무할 곳이 없다면, 그 학생은 의사면허를 박탈함으로써 임상약리학 전문의가 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식이라면 학생들은 의대 졸업만 하고, 우리나라 의사고시 대신 미국 의사국가고시를 보게 되지 않을까? 

근무지역이나 기관에 대한 강제도 문제이다. 헌법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는 직장 선택의 자유도 포함이 되며, 직장을 특정 지역으로 국한시키는 것도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누군가와 결혼을 해 특정 지역에 살고 싶거나 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렸을 때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와 의사라는 직업을 잃게 하는 것이 정당한 것 인가? 실제로 공무원들이나 공기업 직원들도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되거나 지방 발령이 나면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을 다른 직장으로 못 가게 하면서 지방에서 강제 근무하게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또한 의무복무를 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10년간 재교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형평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다졸람 투여부작용으로 숨진 환자를 주차장에 유기한 의사도 면허 취소 3년후 면허를 재교부 받았고,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 후 성추행한 의사도 복역 이후 다시 면허를 재교부 받았다.

후자의 경우 면허를 재교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으나, 적어도 현행법 상으로는 의무복무 위반의 벌칙규정은 과잉하다고 볼 수 있다. 남들도 일하기 싫어하는 곳에서 일하기 싫은 것이, 시신 유기나 환자 성추행보다 더 중대한 범죄인가? 

국가의 입장에서 의료 취약지의 인력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적 목적과 개인의 근원적인 자유가 충돌할 때, 국가는 개인의 근원적인 자유를 박탈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대안적인 방법이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를 인정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의료 공급이 약간 부족한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 의료기관의 진료와 의료 행위에 대해 충분한 지역 가산 수가를 주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폐업을 방지하고, 신규 의료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심한 의료 취약지의 경우 국가에서 의료기관을 직접 세우고 의사들에게 공무원 신분보장 및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면 어떨까? 오십 대쯤 되면서 자녀 교육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의사들이 전원 생활과 더불어 안정적이고 조금 편하게 일하고자 지원하지 않을까? 

국립대병원에서 지방 의료원에 인력을 파견 보내는 사업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금을 합하여 연봉이 약 2억원 정도 된다.

필자가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 전임의를 마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로 가려 싶어 했다. 의사들을 의료 취약지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반인권적인 제도가 아니라, 충분한 유인책이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