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정심 개편 요구...정부 '요지부동'
국회 건정심 개편 요구...정부 '요지부동'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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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규 의원 건보법 개정안...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부정'
국회, 중립성·객관성 의심...공익위원 위촉·관리 강화 '난항'
지난 1월 7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보건복지위원장)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마련을 위한 건정심 개편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는 건정심 의사결정구조 등 개선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정심 개편의 핵심과제로 공익대표의 중립성 확보를 꼽았다. ⓒ의협신문
지난 1월 7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보건복지위원장)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마련을 위한 건정심 개편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는 건정심 의사결정구조 등 개선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정심 개편의 핵심과제로 공익대표의 중립성 확보를 꼽았다. ⓒ의협신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국회에 관리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정부 부처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까지 나서 건점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이렇다할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건정심은 요양급여의 기준과 비용, 지역 가입자의 월별 보험료,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물론 수십조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과 급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막강한 기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일부 시민사회계는 25인 건정심 위원 중 공익대표 8인의 중립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차관인데다 가입자(8인)와 공급자(8인)의 인적 구조로는 건정심이 중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로 구성하는 공익대표가 사실상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밀접한 인사들로 구성, 사실상 정부 정책에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건정심 위원 구성과 건강보험료율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국회의 의견을 듣거나 의결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건정심 구조 개편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건정심의 정부 정책 위주 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건보 가입자·공급자의 의견 반영 통로 확대와 국회의 관리 기능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 3월 이런 취지를 반영해 ▲건정심 공익위원 임명·위촉 시 국회 소관 상임위 의결 의무화 ▲가입자·공급자단체의 공익위원 추천 권한 부여 ▲건강보험료 결정 시 국회 소관 상임위의 의견 반영 등을 골자로 하는 건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현 건정심 공익위원 8명 중 6명이 정부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는 기관 직원으로부터 임명 또는 위촉되고 있다. 협의보다는 표결에 의해 결정되는 건정심의 의결 과정으로 미뤄봤을 때 현 구조는 합리적이거나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정부가 추천하고 있는 건강보험 전문가 공익위원 중 4명을 가입자가 추천한 위원 2명과 공급자가 추천한 위원 2명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넣었다.

특히, 공익위원 임명에 관해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윤 의원의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중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례를 봤을 때 사실상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은 행정부 소속 위원회로서, 공익위원 위촉 시 입법부인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건보법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회의 의결보다는 추천을 하는 것으로 다소 애매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위원실은 "건정심 위원 구성에 대한 국회의 참여 권한과 행정부의 위촉 권한 간 조화를 위해 국회에서 '의결'을 거치기보다는 행정부에 적임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와 건강보험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정심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건보공단·심평원 몫의 공익위원(4명)에 대해서도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기보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속적인 위촉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전문위원실은 "건정심의 정책 결정에 대한 행정기관의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위원 4명을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건정심 구조는 의사결정에 각 주체의 참여를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가입자(보험료 부담주체), 공급자(의료서비스 제공주체) 및 균형자 역할의 공익위원(정부·보험자·전문가) 간 동수로 구성·운영되고 있는데, 가입자·공급자가 공익 대표를 추천하는 것은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안과 같이 규정할 경우에도, 가입자·공급자 외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하는 위원 역시 공익위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위원회 운영의 중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수용 곤란'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는 "현행 건정심은 위원장 1명, 가입자·공급자·공익위원 각 8명 등 총 25명으로 균형있게 구성돼 있는데, 공익위원 4명을 가입자·공급자로부터 추천받을 경우 중립적·전문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익위원은 사라지고 실질적으로 가입자·공급자 측 위원만 8명에서 10명으로 증가해 건정심의 의견 중재·조정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입자·공급자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당초 취지와 달리 일방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위원으로 선임돼 가입자·공급자 간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적절한 위원 구성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기재부는 "각 단체가 공익위원으로 추천한 사람에 대해 가입자·공급자 위원의 거부권을 보장하거나, 각 단체가 요건에 부합하는 다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가입자단체 추천자에 대해서는 공급자위원이, 공급자단체 추천자에 대해서는 가입자위원이 적임자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기재부의 반대 기류에 막혀 건정심의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인적 구조 개선 요구은 아직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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