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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국은 의료사고로 의사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문명국은 의료사고로 의사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9.11.0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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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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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의협 종합학술대회에 초청된 그들도 놀랐다.

우리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은 의사가 의료행위 중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도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의료사고로 의사를 형사처벌하고 인신구속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종합학술대회에 초청된 Chaudhry 세계의사면허기구연합회 사무총장과 Brownstone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기구 수석변호사, Whitmore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기구 CEO는 미국과 캐나다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로 환자를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성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의료와 관련해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Brownstone 수석변호사는 심지어 "캐나다 역사상 의료사고로 의사가 형사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단언했다. "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선의의 의도를 바탕으로 한 진료행위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과 같이 취급되냐"며 되물었다.

대신 그들은 의사의 실수나 시스템의 한계 등으로 입은 환자의 피해를 복구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캐나다 의사의 99%는 실수에 대비해 의료과오 보험을 들고 있다.

한국 의사의 '의료공제조합'과 민간 의료과오 보험 가입률은 전체 한국 의사 수의 절반을 넘기지 못한다.

캐나다와 미국의 독립된 의사면허관리기구는 의뢰된 의료사고를 조사할 전권을 갖고 의사의 의도는 물론 실수, 시스템의 한계 여부 등을 들여다본다.

의사의 실수가 있었다면 실수 정도에 따라 경고부터 면허취소까지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조사권한도 없고 내린 결론에 대한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한국 의사단체 산하 윤리위원회나 시범사업 중인 한국식 면허관리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조사결과, 병원 시스템의 한계 탓으로 결론 나면 시스템 개선을 병원에 권고한다. 의사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권고에 따라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후 사고에 대한 책임은 가중된다.

캐나다는 의사면허관리기구의 임원 16명 중 8명인 절반을 일반 시민에게 맡겨 공정성 시비에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확인됐다. 의료사고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한국은 '문명국'이 아니다. 문명국은 환자를 살리려는 선한 의도의 의사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처벌보다 예방과 보상에 집중한다.

권한을 가진 면허관리기구가 책임 여부를 규명하고 예방책을 강구한다. 환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과오 보험가입률을 높인다.

갈 길은 멀지만 목적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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