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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현역 재입대하고 싶다"…공보의 폭언·폭행 '심각'
"차라리 현역 재입대하고 싶다"…공보의 폭언·폭행 '심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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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기에 보건소 '막기' 급급..."웬만하면 해줘라" 요구
대공협 "행정적 패널티 조치해야"…전 회원 실태조사 추진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공중보건의사들이 속수무책으로 폭언과 폭행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9일 최근 자체 접수한 공보의 폭언·폭행 사례를 공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보의 폭언·폭행 문제를 쉬쉬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행위에 대해 행정적인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약을 달라면 줄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멱살잡이'까지

산간지역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A공보의는 최근 환자와의 다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건지소에 내원한 B환자는 지속해서 복용하고 있는 당뇨약의 처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A공보의는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한 결과, 200mg/dl를 여러 번 넘긴 것을 확인했다. A공보의는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고 판단, 보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외부 의료기관에서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B환자는 "약을 달라면 줄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 "나이도 어린 놈이...너 뭐 하는 놈이야" 등 폭언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

A공보의는 "B환자가 폭언을 하면서 멱살까지 잡는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할 보건소는 민원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웬만하면 약을 처방해 주라"고 할 뿐 별다른 중재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대공협 관계자는 "3년 복무기간 동안, 이런 사례를 한 번도 겪지 않은 공보의는 찾기 힘들 정도다.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보의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의학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환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상급기관에 문의하거나 외부에 협조를 요청 하더라도 이러한 관례와 지역의료 환경을 공중보건의사 개인이 바꾸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의 경우 정규 근무시간 외에는 응급환자만을 진료하도록 복무지침에 규정하고 있지만 감기나 근육통 등 가벼운 질환까지 진료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공협은 "섬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공보의는 이렇듯 24시간 응급 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이나 당직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초과 근무시간를 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온콜 당직'을 매일 밤 서면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수당이나 당직비 역시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협은 지속해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는 없다.

일부 공보의들은 "'차라리 현역으로 재입대하고 싶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대공협은 "10월 24일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제12조 제2항에서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 인력 등에 대한 폭언·폭력·성희롱 등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권침해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공보의에 대한 폭언·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함께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가 발생한 곳에 행정적 페널티가 없다보니 가장 약자인 공보의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대공협은 "이런 문제를 지속해서 방치하는 지역에는 공보의 배치 불이익 등 행정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중현 대공협 회장은 "도서 산간지역의 의료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배치한 공보의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이는 공보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대공협은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제기된 사례 외에도 수 많은 폭언·폭행과 불합리한 행정 처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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