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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이것은 마케팅인가, 환자 유인인가?
이것은 마케팅인가, 환자 유인인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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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떡 돌리기·10주년 볼펜·비급여 할인' 등 '알쏭달쏭'…법률 자문 필요
법원, 시장 질서 현저히 해하지 않으면 비급여 진료비 할인·면제 허용 추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의사들에게 '평생 진료할 병의원' 개원은 대기업을 꿈꾸는 취준생만큼이나 어려운 단어가 된 지 오래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옛날에는 한 번 개원하면 이곳에서 평생 진료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의사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개원해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지역의사회 가입마저 1~2년 뒤로 미룬다는 얘기도 듣는다"고 전했다.

이른바 저수가 상황에서 개원은 '무한 경쟁'의 전쟁터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필수다. 개원의들의 관심이 '마케팅' 분야로 쏠리는 이유다.

의료 유명 D커뮤니티에도 마케팅 전문업체를 소개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공유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그러면서도 "이게 혹시 환자 유인행위는 아니냐"는 걱정도 함께 나오고 있다.

A의사는 "여름·겨울 이벤트 등 계절을 이용한 비급여 의료행위 할인 행사 광고가 가장 흔하다"며 "이전에 내원한 환자에게 문자 수신 동의를 받고, 정기적으로 비급여 항목 할인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A의사가 쓴 글에는 "환자 유인행위인지 잘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동네 병원에서는 아예 비급여 병원 상품권을 돌린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B의사는 "평소 주민들과의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게 환자들의 입소문"이라며 "처음 개원 시에 떡을 돌리거나 개원 1주년에 기념 볼펜 등을 나눠주는 등 소소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혹시 이것도 환자 유인행위로 걸리는 건 아니겠지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C의사는 "옆에 새로 생긴 한의원에 수요일에만 환자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개업 기념으로 수요일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우황청심환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며 "환자 유인행위 아니냐"고 반문했다.

D의사는 "정말 특이한 마케팅을 봤다"며 "옆에 새로 생긴 병원이 있는데, 병원 건물에 슈퍼마켓이 있다. 슈퍼마켓 앞에 OO의원 진료비 영수증을 보여주면, 물건 값의 10%를 할인해 준다는 문구가 있다.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지 않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마케팅은 이제 개원가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의 우려처럼 자칫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여 할인 행위 금지하지만 비급여 할인 대부분 허용"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는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진료비를 깎아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핵심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의한 본인부담금 면제·할인·금품 등 제공'에 있다. 비급여는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출신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 ⓒ의협신문
의사출신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 ⓒ의협신문

의사출신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할인행위는 무료가 아닌 이상 대부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용환 변호사는 "구체적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절 이벤트나 수험생 이벤트 등은 비급여 항목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급여 항목 할인이나 환자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진료비까지 포함한 완전 무료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비급여 항목에 한정해 병원 상품권 등을 활용한 할인행위는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발행한 <자격정지 및 면허취소 처분 사례집>에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지 아니하는 한 '환자 유인금지'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본인부담금'의 범위에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형벌 법규의 지나친 확장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며,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의 '유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8년 2월 28일 선고 2007도10542 판결).

이용환 변호사는 개업 떡 돌리기나 개업 기념 볼펜 돌리기 등에 대해서도 "역시 각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개원 1주년, 10주년 등을 이유로 볼펜을 나눠주는 행위나 개업 떡을 돌리는 행위는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보아,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내원하는 모든 환자에게 지속해서 상품이나 선물을 지급하는 것은 환자 유인행위가 될 여지가 있으므로 개원을 기념하기 위한 소정의 상품을 상당 정도의 구입 수량에 한해서만 지급하는 것이 안전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병원 진료환자를 대상으로 할인을 적용한 사례에 대해서는 "할인을 하고 있는 곳이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영리를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황청심환을 돌린 한의원의 경우에는 환자 유인행위로 볼 소지가 크다고 짚었다.

이용환 변호사는 "환자 유인 금지는 '누구든지' 하면 안 된다. 개원한 한의사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우황청심환을 돌리는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한 행위로, 환자 유인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성형 상담 후 장미꽃과 휴대용 향수 케이스를 제공한 사례'의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판례(서울행정법원 2013년 1월 18일 선고 2012구합34396)도 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는 금품의 기준이나 액수에 대해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려 했던 물건이 고객으로 하여금 의료기관과 치료 위임계약을 체결할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지는 개인의 내심 동기나 주관적 의도에 달려있어, 경품으로 제공하려던 물건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이상 그것의 크고 작음은 그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 판례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비급여 진료비 할인 또는 면제를 허용하는 추세다. 다만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소 추상적 개념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처벌받을 위험 소지가 있다.

이용환 변호사는 "환자 유인 등을 이유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경우 금액이 크면 집행유예 이상으로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면서 "마케팅을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불안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해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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