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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불법문신 후회…문신 제거 4년째 고통"
[집중취재] "불법문신 후회…문신 제거 4년째 고통"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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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제거 환자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절대 하고 싶지 않아"
전문의 "부작용 사례 많아…전문지식·경험 갖춘 의사만 허용해야"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단순히 수익만을 생각했다면, 피부과 의사들은 문신 양성화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일 정부가 비의료인 문신수술 허용 추진 계획 등을 담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여기에 다시 22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문신사' 면허 제정 내용을 담은 일명 '문신사법'을 발의하면서, 전문가들이 각종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의료계 반대의견에 일각에선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피부과 의사들은 오히려 밥그릇을 생각했다면 허용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며 의사의 양심을 건 반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10년 전 불법 문신 시술 이후, 2015년부터 4년째 병원을 찾고 있는 환자를 직접 만나봤다. 모든 시술 촬영, 인터뷰는 환자 및 시술자의 동의 하에 촬영·취재됐다.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문신 제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요"

A씨(남·33세)는 군대 전역 후, 친구를 따라 당시 유행했던 '레터링'문신을 진행했다. '레터링'은 글씨를 문신으로 새기는 행위를 말한다.

A씨는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가장 값싼 문신 업소를 수소문했다. 남들에 비해 체구가 작아, 좀 더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다 보니 장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아직 문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걱정도 문신 제거를 결심하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시술했던 문신소는 오피스텔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구석에는 커튼과 침대가 있었고, 소독시설 등은 보이지 않았다. 가게는 미용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A씨는 "사실, 오늘까지도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걸 몰랐다. 당시 시설에는 소독하는 기구는 없었다. 마취 크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연고를 바르고 진행됐다. 칼로 살을 계속 베는 것 같은 고통이 계속됐다. 시술 후 한동안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간지러움이 동반됐다. 하지만 이러다 낫겠지 하는 생각에 몇 달을 고생하며 방치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까지 30여 회 정도의 시술을 받은 A씨는 문신 제거가 이렇게 오랜 시간과 높은 비용이 들 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문신 시술 당시, 가장 저렴의 가격의 문신소를 찾았다. 하지만, 제거에는 50배 가량의 비용이 소요됐다. 이마저도 병원에서 비싼 비용을 감안해 주신 비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부과학회와 피부과의사회 역시 24일 성명에서 "문신 시술 비용은 수십만 원 대지만, 제거를 위해선 고가의 레이저치료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짚은 바 있다.

A씨는 "4년이 지난 지금은 고통이 무뎌졌지만, 처음 문신 제거 시술을 받았을 때는 피멍까지 들었다. 문신은 아무 때나 하고, 마음대로 지울 수 있는 가벼운 시술이 아니다"라며 "만약, 문신을 하고자 하는 분들 중 추후에 지울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나 청소년들의 경우 정말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년 전, A씨가 받았던 레터링 문신 사진(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10년 전, A씨가 받았던 레터링 문신 사진(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피부과 전문의 "부작용 심각…충동적 문신 후회하며 병원 찾아"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는 19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해 왔다. 그만큼 문신 시술 및 제거술과 관련한 부작용 사례를 많이 지켜본 전문가다.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 ⓒ의협신문 김선경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 ⓒ의협신문 홍완기

양성규 이사는 직접 시술 모습을 보이며 "문신 제거는 일반 점 제거와 다르게 넓고 깊은 범위를 레이저로 제거해야 한다. A씨는 레터링이라는 문신 시술을 받았다. 레터링은 특히나 글자를 새기기 때문에 일반 그림 문신보다 더 깊게 시술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시술 시에 레이저 성능을 더욱 광폭 시키는 장치를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4년 동안 30회가 넘는 시술을 진행했다. 레이저 광폭 시술 후에도 부족하다면, 결국엔 살을 깎아내는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가량에 진행됐던 문신이지만, 제거에는 그의 몇만 배의 시간이 들었다. 이마저도 완벽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시술을 마친 양성규 이사는 문신 자체의 부작용, 그리고 까다로운 제거 시술을 고려한다면, 문신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성규 이사는 "비의료인에게 반영구 화장을 받았다가 수포가 올라오거나,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부작용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현재도 많이 있다. 심각한 경우, 살이 아예 패인 경우도 있었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이러다 말겠지'하는 생각에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증상이 정말 심각해진 경우에만 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여행을 갔다가 주변인들에게 휩쓸려 충동적으로 문신을 했다가 후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또한 많다"면서 "백반증이나 탈모 환자 등 반영구 문신의 필요성이 위험도를 감내할 만큼 큰 경우, 의료전문가와의 상의해 진행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취향이나 패션을 이유로 문신 시술을 받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그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문신사를 허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해서도 양성규 이사는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규제라고 판단된다. 규제가 있었기에 타국에 비해 이로 인한 부작용이 그나마 지금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에 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김선경
양성규 대한피부과의사회 법제이사(초이스피부과)가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다. 환자는 10년 전 레터링 문신을 했으며 4년째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있다. (동 사진은 환자 및 병원의 허락 하에 촬영 및 취재된 결과물입니다) ⓒ의협신문 홍완기

전문가들은 문신 양성화가 무분별한 시술 남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도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내원하고 있으며 양성화로 인해 사회가 큰 의학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10월 24일 성명을 내고 "피부과 전문의라는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국민 건강에 반하는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업 양성화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며 "문신의 합법화는 저품질의 지저분한 문신을 양산하고, 문신 제거에 불필요한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겪을 젊은 층과 고통받을 부모를 양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 역시 "체계적인 문헌 고찰에 따르면, 문신 행위는 급성 및 만성 감염은 물론 육아종·거짓상피종증식·피부섬유증·알레르기 반응포도막염·편평태선 등 다양한 면역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따라서, 문신시술 및 문신 제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사에게만 허용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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