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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대한교통의학회 재건 필요한 이유
대한교통의학회 재건 필요한 이유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9.10.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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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 줄이려면 의료계 협력 필수...교통의학회 부활해야
이상완 전 대한교통의학회장 "의료계 빠진 교통안전 정책 국가 손실"
이상완 전 대한교통의학회장은
이상완 전 대한교통의학회장은 "의학계와 공학계·산업계·국토교통부가 활발히 교류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통안전 향상 방안과 교통정책을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의학계가 참여하지 않고 만든 교통안전정책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지금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띠를 맨다거나 음주 후 운전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상식이 됐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1991년 한 해에만 교통사고 사망자 1만 3429명에 달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상완 전 대한교통의학회장(경북 포항시·봄요양병원장·83세)은 30년 전 교통의학(交通醫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통사고 사상자 감소 대책을 위한 건의문을 청와대와 건설교통부·보건복지부·경찰청 등에 돌리던 기억을 끄집어 냈다. 

"혈중 알콜 농도가 2배 이상이면 사고위험이 10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무작위 호흡검사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안전띠를 매지 않는 사람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안전띠 사용 의무화법도 제안했지요."

외상전문치료병원(외상센터)을 설립하고, 교통사고 자료의 과학적 수집과 간이손상척도(Abbreviated Injury Scale, AIS) 활용을 비롯해 음주 단속·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 당시로선 획기적인  교통사고 안전대책을 건의문에 담았다. 

이상완 원장은 1966년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수 많은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면서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지켜봤다. 

교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돌파구를 찾은 것은 1980년 덴마크 외무성 장학생으로 선발, 덴마크 국립대병원 정형외과 연수에서였다. 우연한 기회에 병원 근처에서 열린 제8차 국제 재난 및 교통의학회 학술대회(IAATM)에 참관했다.

"IAATM이 바로 교통사고 예방과 사상자 감소 문제를 의학적으로 연구하는 학회였습니다. 교통안전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통 환경과 교통 수단의 안전성 못지 않게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교육하고 변화시키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발표에 눈이 번쩍 뜨였드랬죠."

1981년 귀국 후 대한교통의학회와 IAATM 활동에 참여했다. 학술대회와 세미나는 물론 전문가회의·토론회·공청회 등을 찾아 교통의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작위 호흡검사를 제안하고, 혈중알콜 농도의 기준치를 제시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알코올·약물 중독과 정신건강·뇌질환·심혈관질환·당뇨병·노인성 질환·심신장애 등에 대해 검진도 제안했지요. 70세 이상 고령자는 1∼2년 마다 검사 운전 적합성을 검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대한교통의학회장(1993∼1997년)과 국제교통의학회 이사·부회장·아시아지역 대표(1997∼2006년) 등을 맡아 동분서주했다. 의사로서는 유일하게 공학자 중심의 한국도로학회 정회원으로도 참여했다.

정부는 1986년 4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제재는 하지 않았다. 안전띠 미착용 시 범칙금은 1999년 1월 29일부터 부과하기 시작했다. 

운전 중 혈중 알콜농도 기준을 높이고, 검사 불응자는 현장에서 채혈하도록 건의했다. 

2000년 1만 236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1년 8097명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10년 5505명으로, 2017년 4185명으로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1년 1만 3429명으로 주요 사망원인 4위를 차지했는 데 2018년  3781명까지 줄어 주요 10대 사망원인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상완 원장이 펴낸 [교통의학 논제집](交通醫學 論題集). 교통의학(交通醫學) 발전을 위해 걸어온 35년 외길 인생을 정리했다. ⓒ의협신문
이상완 원장이 펴낸 [교통의학 논제집](交通醫學 論題集). 교통의학(交通醫學) 발전을 위해 걸어온 35년 외길 인생을 정리했다. ⓒ의협신문

이 원장은 "도로환경과 자동차 안전성을 아무리 높인다해도 과속·음주·약물 복용·졸음·부주의·치매 등 인적요소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운전자가 육체적·정신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의학적인 적격기준에 따라 판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교통의학 논제집](交通醫學 論題集)을 출판했다. 교통의학(交通醫學)의 발전을 위해 걸어온 35년 외길 인생을 정리했다. 

"2009년을 끝으로 60년 역사의 대한교통의학회는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의사와 공학자들이 참여해 논문을 발표하면서 교통안전을 향상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는 데 만남의 장이 사라진 셈이죠."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을 벌이는 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통 환경이나 교통 수단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적 요소입니다. 사고 예방과 사상자 감소를 위해서는 생리학·예방의학·법의학 등 기초의학에서부터 임상 각과를 비롯해 공학·법학·심리학·교육학·국회·정부·보험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교통의학회의 재출범을 통해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의학계와 공학계·산업계·국토교통부가 활발히 교류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통안전 향상 방안과 교통정책을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한 이 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인명 피해를 중요한 공중보건문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역량있는 후배들이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설립과 교통의학 부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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