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정부 일방통행 언제까지? 합의없는 분석심사 중단하라"
"정부 일방통행 언제까지? 합의없는 분석심사 중단하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6 13:1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평원, 의협추천 인사 없이 전문위원 운영 강행...26일 워크숍
의협 "일방적 전문가위원회 구성" 항의...참여회원에 유감 표명
ⓒ의협신문
의협 집행부 임원들이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분석심사전문가위원회 워크숍 행사장 앞에서 "의협추천 인사 없이 전문위원 구성을 강행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고신정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의 분석심사 재검토 요구에도 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심사전문가위원회 운영을 강행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은 26일 전문가위원회 워크숍이 열린 서울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보건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와 합의 없는 분석심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심평원은 지난 8월 분석심사 도입을 공식화하고, 선도사업으로 고혈압·당뇨·천식·COPD·슬관절치환술·MRI·초음파 등 7개 항목에 대해 새로운 심사기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분석심사는 각각의 청구건이 급여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존 심사와  달리, 동일 유형의 경향성을 비교해 '튀는' 의료기관에 한해 집중 심사하는 새로운 심사 방식.

분석심사의 핵심에는 전문심사위원회가 존재한다. 심평원은 의료인들로 전문심사위원을 구성, 진료경향 모니터링과 심층심사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의료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협은 분석심사가 진료의 획일화와 하향 평준화를 불어올 수 있다며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협은 심평원의 전문심사위원회 참여 요구를 거절하고, 의대 교수들에게도 최대집 의협 회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전문위원회 참여를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평원은 병원계와 의학계를 중심으로 전문심사위원을 구성하고, 26일 전문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전문위 운영계획과 분석심사 등을 설명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현재 167명이 정원인 분석심사 전문심사위원회에는 의협 추천 41명을 제외한 126명의 의료인이 참여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부의 일방적 심사평가체계 개편 규탄 집회가 26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열렸다. 심평원은 일방통행식으로 분석심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의협의 항의에도 워크숍을 강행했다. ⓒ의협신문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협은 분석심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무조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의협·보건복지부·심평원이 한 자리에 모여 의료계가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해 예측 모델을 만들어 실험해 보고, 문제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으나, (정부와 심평원은)일을 그렇게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각종 보건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최 회장은 "정부가 규제와 억압의 진료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의학적 기준에 근거해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진성성이 있다면 의료계와의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심사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의협은 전문위원 참여를 거부해 달라는 요청에도 전문심사위원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의협은 분석심사 재검토 원칙을 수차례 알려온 만큼 의협 회원이라면 (정부의 요청이 있다하더라도)전문심사위원회에 참여해선 안된다"고 밝힌 최 회장은 "여러가지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의협이 기본 방침을 정하면 지켜야 한다"면서 전문심사위원회 워크숍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한편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의협 집행부와 정부간 깜짝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워크숍이 열린 코리아나호텔을 찾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김승택 심평원장·강희정 심평원 업무상임이사 등이 시위에 나선 최대집 회장을 찾은 것. 현장 한켠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최 회장은 분석심사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정부 측에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강희정 심평원 업무상임이사는 "40년 넘게 지속된 심사평가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보니 여러 우려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만나고 소통해 신뢰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의협의 규탄집회가 열린 시각, 호텔 내부에서는 전문위원 워크숍이 진행됐다. ⓒ의협신문

정부의 일방적 분석심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우리 협회는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분석심사선도 사업을 즉각 철회하고, 의료계와의 합의를 통해 심사·평가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수차 요구했다.

이러한 우리 협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가 PRC(전문가심사위원회) 및 SRC(전문분과심사위원회) 위원들의 워크숍 개최를 알리며 분석심사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평가체계 개편은 의사의 고유 영역인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의료계와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학적 타당성 보장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진료의 자율성과 의학적 타당성 보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구하고, 합의를 통해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순서라 할 것이다.

그동안 국가 의료와 비용효과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진료이 자율성과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한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가 무시된 채 틀에 박힌 진료를 강요받아 온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이러한 규제와 억압의 진료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의학적 기준에 근거한 진료의 자율성 보장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정부가 설계한 분석심사의 틀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 의료계의 요구를 소용해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것이 바로 진정성을 인정받는 첫 걸음이라 할 것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제도에 끼친 막대한 피해를 수차 경험했고, 이런 잘못된 정책의 폐지나 올바른 의료정책 마련을 위한 투쟁의 사선에 가장 앞장서왔다.

이러한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협회와 학회 등에서 정부의 분석심사 선도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지 그지 없다. 국민건강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분석심사 선도사업 참여에 대한 재고를 간곡히 요청한다. 그리고 다시 의료계가 하나 되어 정부의 일방적 심사·평가체계 개편 추진을 저지하는 투쟁의 대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에 경고한다.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터무니없이 열악한 진료환경에 대한 근본적 개선없이, 허울뿐인 의학적 진료 보장을 포장된 일방적인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의 재검토와 의료계와의 합의를 통해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일 정부만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 강행된다면, 우리 13만 의사회원들은 국민건강과 의료를 살리기 위한 더욱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2019.10. 26
대한의사협회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