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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미신과 과학"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미신과 과학"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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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 방법이 발전하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소화기관·피부·구강 등 인체에 공생하는 미생물들에 대한 연구가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미생물군집(microbiota)의 유전체(genome)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분석 종류를 식별하고, 각 개인 간의 차이도 밝힐 수 있게 됐다.

인간의 유전체에는 2만 3000가지 정도의 유전자가 담겨있는데, 공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수는 총 330만 가지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과거에는 인체가 인체의 세포 수보다 10배나 많은 수의 미생물과 공존한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의 연구결과 비율은 10:1보다는 1:1에 가깝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구가 거듭되면서 공생 미생물의 중요성에 대한 발견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미생물군집이 병원체에 대한 방어·비타민 합성·면역계의 발달·장내 혈관 생성·지방 저장·중추 신경 조절 등 필수적인 기능들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환은 자폐증·천식·심혈관질환·당뇨병·비알콜성 지방간·대사증후군·비만·과민성대장증후군·습진·알레르기성 질환 등 다양하다. 항암치료의 효과가 장내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미생물군집과 관련된 임상시험은 전세계적으로 2000건이 넘게 실시됐거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효과가 입증됐다고 인정받는 치료법은 많지 않다.

주로 다른 사람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인 파지(phage)나 펩타이드를 이용해 특정한 유해균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서도 연구가 많이 있지만,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복잡성을 무시한 채 자신의 상품 사용을 지지하는 것처럼 호도한다.

인간의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2000종 이상이 확인됐고, 인체의 생리작용이나 질병에 연관성이 발견된 미생물들은 각기 종류가 다른데 기껏해야 두세 가지 유산균을 복용한다고 해서 효과를 얼마나 기대 할 수 있을까? 

의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올해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의 편집진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시장에 만연한 현상을 비판했다.

<Cell>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당시에 발표된 네 편의 논문, 항생제 치료 뒤의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오히려 정상적인 미생물군집 복원을 방해해 대조군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든다는 동물실험결과, 개체에 따라서 장내에서 받아들이거나 거부되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의 종류가 다르다는 동물실험결과, 설사 등에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가 없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두 건을 인용해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유해할 수도 있고,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올해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리뷰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지지하는 질이 높은 임상시험들도 있지만 그 중 대부분에 대해서는 효과를 부정하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질이 높은 임상시험들도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성인들에게는 해롭지 않을 수 있지만, 어린 아기나 건강이 나쁜 성인들에게 해를 끼쳤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임상시험들에서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유산균이 분비하는 물질이 인간의 미생물군집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 항생제 치료 뒤에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사람들이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서 장내 미생물의 종류가 더 적었다는 연구 등도 제시했다.

항생제 치료 뒤의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몇몇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프로바이오틱스로 인해서 장내 세균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질환들이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생 미생물이 중요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별개의 문제다. 면역력이 중요하지만 면역학 용어를 들먹이는 돌팔이들이 면역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금전 또는 건강 상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런 개념을 혼동하지 말고, 엄밀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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