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오랜 가뭄 끝
시원한 소나기
그것도 잠깐
쨍쨍한 햇빛
보드블록 위에 올라온
애처로운 지렁이 하나
온몸을 꿈틀거리지만
갈 길이 멀다
돌아서
한참 가다가
다시 돌아와
주저주저
손을 내밀어
장미꽃 화단 흙 위로 옮긴 다음
나뭇잎으로 살포시 덮어주었다
지렁이가 나를 구원했다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2016년 월간 <시> 등단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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