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행정처분, 재량권 남용 '불인정' 이유는?
가혹한 행정처분, 재량권 남용 '불인정' 이유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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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량권 남용·일탈 인정...2심, 적법한 행정처분 판단
'속임수' 명백하면 감경 배제…현지조사 때부터 주의해야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ul.netⓒ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최고한도의 행정처분을 한 데 대해 법원이 적법하다며 재량권 남용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업무정지처분의 경우 1심에서 감경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량권 남용·일탈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2심 재판에서 이를 뒤집고 적법하다고 판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은 '속임수' 등 부당청구가 명백한 경우 최고한도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재량권 남용·일탈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판결이라며 판례를 굳힌 모양새다.

최근 A의료법인은 보건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다른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무기록사가 A의료법인 접수·수납 업무를 병행해 필요인력으로 산정할 수 없음에도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제 산정기준을 위반해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 ▲공기순환펌프는 입원료에 포함되고 퇴원 시 대여할 경우 실비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입원 중인 일부 수진자에게 공기순환펌프를 제공하고 입원료에 포함된 공기순환펌프 사용료를 월 1만원씩 별도로 징수해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과다 징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A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의료급여기관(요양병원)에 대해 업무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A의료법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업무정지처분은 감경 배제 사유를 고려하지 않아 재량권을 남용·일탈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처분기준 및 감경기준을 '최고 한도가 아니라 기준대로 처분해야 하고 감경기준에 해당할 경우 기준의 2분의 1을 감경해 처분한다'라는 취지로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을 해석하면, 보건복지부가 이 사건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 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최고 한도로만 처분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아무런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최고 한도로 처분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가 '속임수'에 이를 정도의 부당청구인지 등 감경 사유의 존재 여부 및 감경의 필요성을 검토해 재량권을 행사했다면, 그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업무정지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정지처분에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의무기록사 인력을 공동으로 이용했음에도 공동이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제에 따라 보상금액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점, 입원료에 포함된 공기순환펌프 사용료를 환자에게 별도로 징수한 점은 '속임수'를 사용해 부당청구한 경우"라며 "감경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2분기에 걸쳐 2211만 4270원이라는 상당히 큰 액수의 의료급여비용을 속임수를 통해 부당하게 지급받은 것도 최고 한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한 보건복지부의 재량권 범위 내라고 봤다.

또 다른 재판에서도 법원은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

몸이 아파서 현지조사를 거부한 의사에 대한 1년의 업무정지처분(요양기관 1년, 의료급여기관 1년) 취소 소송에서도 법원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

몸이 아팠지만, 혈액투석을 받은 뒤였기 때문에 충분히 현지조사를 받을 수 있음에도 여러 차례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을 정당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법원은 현지조사를 거부한 이유가 몸이 아픈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원고의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이 현지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면서 주장한 건강 상태나 직원의 부재와 같은 사정은 '현지조사 실시가 곤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A원장은 현지조사 당시 이를 거부할 경우 1년의 업무정지처분 및 형사고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받았고, 이 사건 처분 전에 요양급여비용 허위청구를 이유로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는 것은 물론 업무정지 기간을 감경할 만한 사유도 없다"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건강 상태나, 이 사건 의원의 상황, 원고가 인식한 행정처분의 정도, 그동안 의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봉사한 정황 등을 고려하더라도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도 '행정 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는 법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2. 6. 28. 선고 2010두24371)를 예로 들면서 A원장의 현지조사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A원장에게 신장질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조사전에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으므로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이 신장 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A원장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 결정했다.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 최고한도로 내려지더라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에 대해 B법무법인 변호사는 "법원은 정부의 행정처분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재량권 남용·일탈을 주장하더라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심 재판에서 재량권 남용·일탈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결해도 2심 재판에서는 대부분 결과가 뒤집어진다"며 "현지조사를 받을 때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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