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등정
눈 내린 겨울 산은 사원처럼
출입통제구역이다
불립문자의 겨울나무들이
긴 차단기를 등성이에 걸쳐놓고
수문장처럼 눈을 부라리며 막아선다
무단 입산하려는 나를 향해
칼바람 소리를 지르며
가지돌기 회초리를 휘두른다
꽃가지를 움켜쥐어 망가뜨린 팔이 잘린다
흰 속살에 아이젠의 흉터를 파놓은 다리가 잘린다
눈사람이 되어 주저앉아 있는 나를
까치가 나무에서 내려다본다
눈 내린 능선의 밤에 엎드려다파충류가 시조새로 진화하듯이
견갑골이 날개가 되는 꿈을 꾼다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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