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진찰료 산정방식에 대한 단상
외래 진찰료 산정방식에 대한 단상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가정의학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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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가정의학과)

필자는 가정의학과 교수로서 누구 못지 않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들을 보고 있다.

주로 근무하는 암병원에서는 암환자들에 대한 금연, 예방접종, 식이/운동/건강보조제 상담과 같은 예방적인 진료부터, 치료 과정중의 발생한 구토·불면증·우울·불안 등의 증상 관리, 암치료 중 발생하거나 심해진 당뇨·고지혈증·골다공증 등에 대한 관리, 장기 생존한 환자들에 대한 정기 추적관찰, 그리고 더 이상 항암계획이 없는 환자들의 완화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료를 제공한다.

본관 가정의학과 일반 외래에는 건강검진 결과 이상을 들고 오는 간단한 환자부터 각종 1·2차 의료 기관을 전전하다가 해결이 안되어서 온 환자들까지 다양한 중증도의 환자들이 온다. 그러다보니 각 환자마다 진료에 들어가는 시간도 천차 만별이다. 

2년전쯤 한 환자를 45분간 본적이 있다. 그날 종양 내과에서 더 이상 항암치료를 하지 말자고 들은 환자였다. 말기 환자라 몸이 힘드니 오후 외래에 조금 일찍 와서 봐줄 수 없는지 외래에서 연락이 왔다. 평소보다 15분 정도 일찍 가서 복잡한 암병력의 환자를 파악하고, 상태를 설명하고, 완화의료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더 이상 항암을 할 수 없다는 본인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가족들 간에도 서로 병에 대한 이해도나 치료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다. 완화의료 전문간호사와 추가로 상담을 하시도록 했으나, 환자가 나간 이후 가족들이 다시 들어와서 추가로 더 상담을 요구했다.

당시 병원을 옮긴 후 얼마 안되어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었으니 망정이지, 요새 같으면 매몰차게 내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진료하고 병원이 받은 보상은 상급병원 초진 진찰료로 1만 9000원 남짓이다. 완화간호사의 상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타과에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온 진행성 암환자들, 암치료 초기에 불면과 불안으로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환자들,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요법, 대체요법이 궁금하다고 내원하는 건강염려증적인 환자들을 볼 때는 꽤 시간이 걸린다.

간단히만 파악하고, 최대한 빠르게 설명하고, 처방을 내도 15분 정도는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은 검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진료비는 여전히 진찰료 (초진 1만 9160원, 재진 1만 4850원)뿐이다.  

반면 별 증상이 없이 정기적으로 혈액이나 영상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오는 환자들은 간단히 결과 확인하고 다음 주기에 할 검사를 내주면 되므로 2∼3분이면 충분한 경우도 많다. 이들도 진찰료는 동일하다. 거기에 검사에 따른 수익이 나는데, 이는 그나마 병원에서 원가 이상 보상을 받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교수 월급 받는 입장이라 진료비 수입에 크게 민감할 부분은 없지만, 이러한 진찰료 산정 방식은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먼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한 진료를 원해도 그런 진료를 받기 어렵다. 특히 문제가 복잡하고, 주의 깊은 병력청취와 신체 진찰이 필요한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병원이나 의사입장에서 꺼리게 된다. 대개 병원에서도 수입이 적은 과라고 하는 곳은, 1인당 진찰시간이 길고 검사를 낼 것이 별로 없는 과들이다. 만성질환이나 금연, 비만 같이 생활습관 교육이 중요한 환자, 심리사회적 문제가 결부되어 심층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은 대개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의료 공급 체계에서도 악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는 반나절동안 면밀한 진단적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환자를 20명 보았고, 다른 의사는 같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추적 관찰이나 장기 처방 환자를 80명 보았다.

드는 시간은 같고, 힘들기는 아마도 전자가 더 힘들 것 같은데, 보상은 후자가 4배, 어쩌면 그 이상이다. 이런 보상체계에서라면 의사들이 후자와 같은 진료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몰릴 것이 자명하다. 

현 시점에서 마땅히 뾰족한 대안은 모르겠다. 영국처럼 인두제에 기반해 보상을 해주면 환자의 필요에 따라 진료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주치의 등록제 같은 기반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당장 적용이 불가능할거다.

아니면 미국이나 호주처럼 진료의 복잡성과 소요시간에 따라 수가를 매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미국은 초진은 대개 30분∼1시간 정도를 잡기 때문에, 진찰료만으로도 13만∼26만원 정도를 책정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단 몇 천원도 진료수가를 올리기도 어렵고, N수 증대로 유지해온 환경이라 의료 공급자들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의료혁신(Innovator's prescription)>이라는 책에서 진단적 활동을 중심으로 한 '문제해결 비즈니스 모델 (solution-shop business model)'과 효율적으로 특정 시술을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부가가치 모델(value-adding process model)'을 구분했다.

전자는 표준화되기가 어려운 진단적 과정을, 후자는 표준화될 수 있는 수술 같은 것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수술은 오래하는 것 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맹장수술을 1시간 동안 한다고 해서 30분 보다 2배의 보상을 줄수는 없다. 그러나, 진단적 과정 같은 경우에는 금방 나오기도 하고, 닥터 하우스에 나오는 과정처럼 오래 걸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두 경우에 같은 보상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 

변호사, 회계사 등 대개의 전문직들은 시간당 비용(Time charge)를 받는다. 다양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일이 표준화되기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크리스텐슨 식으로 말하면 client들에게 전문가들이 개별적인 solution을 마련해주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외래 진료는 그런 모델에 더 유사하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수가 적정화에 더해서, 좀 더 합리적인 진찰료 산정방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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