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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티딘 사태, 식약처 '안이함'이 빚은 '참사'
라니티딘 사태, 식약처 '안이함'이 빚은 '참사'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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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연 의원·의협 1일 기자회견 "식약처 '오락가락' 행정" 비판
"발사르탄 사태 재연…의약품 안전관리 총체적 위기 보여줘"
대한의사협회와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갑)은 10월 1일 국회 정무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니티딘 사태와 관련,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와 자유한국당 보건복지위 위원 주최로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라니티딘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라니티딘 사태'는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 준 참사"라는 강도 높은 질타가 나왔다. 이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문인력 충원·조직 개편 등 시스템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함께였다.

대한의사협회와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경기도 안산시 단원구갑)은 10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니티딘 사태에서 보인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김명연 의원은 "최근 라니티딘 사태와 관련,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정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최대집 의협 회장은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의협의 전문가적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입장문을 밝혔다.

먼저, 외국의 발표 결과에만 의존하고 있는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의 한계를 짚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50만 명의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는 다빈도 처방 의약품의 위험성을 식약처 스스로 먼저 알아내려는 노력은 없었다"며 "오직 미국과 유럽 등 외국의 발표 결과에 따라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와 동일하다"고 짚은 뒤 "매번 이렇게 외국의 발표 결과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과연 식약처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 발생 이후, 대처 또한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확한 검사 결과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확인한 뒤 조치해도 늦지 않다. 보여주기에 급급해 일부 검사 결과만 발표했다가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꼴이 됐다"면서 "발사르탄 사태 때도 서둘러 주말에 발표를 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이 마비되는 혼란이 발생했다. 처음 발표한 의약품 리스트를 축소해 다시 혼란을 유발했다. 미흡한 대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9월 16일 잔탁을 비롯한 잔탁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발암우려물질인 NDMA(N-itrosodimethylamine)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뒤에 입장을 번복했다. 식약처는 9월 26일 공식 발표를 통해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며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의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 중지 조치를 내렸다. 성급한 조치로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큰 혼란을 일으켰음에도 대응 매뉴얼 마련을 비롯한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식약처의 '무능'보다 '안이한 태도'라는 점이다. 위협을 먼저 찾아낼 정도의 역량이 없다면 최소한 성실하고 빈틈없는 대처라도 해야 한다"며 "하지만 매번 '뒷북'을 치면서도 공치사만 하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 때도 수많은 국민과 의료인들에게 혼란을 주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발암물질보다 국민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식약처의 무능하면서도 뻔뻔한 태도"라고 지적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번 사태로 식약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식약처가 허가한 약을 믿고 처방한 의사들의 불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치료받기 위해서 온 환자에게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물질이 함유된 약을 처방하고 싶은 의사는 없을 것이다. 환자와 함께 의사 역시 이 사태의 피해자"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쏟아지는 환자들의 의문과 불만, 오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의사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식약처 '발암행정'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혁신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의료계는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러한 중대한 사태가 두 번이나 반복됐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의 부족이나 실수의 차원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며 "식약처는 어설픈 대응 후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식약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처절한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제를 찾아, 체질을 개선하고 충분한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개편을 통해 식약처가 의료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민건강 수호의 파트너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는 "식약처가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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