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중소병원' 해결 방안은?
존폐 위기 '중소병원' 해결 방안은?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의협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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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취약지 주민 '건강권' 보장하려면 지역 중소 병·의원 살려야
중소병원 토요가산제 도입·간호사 수급 제도 개선 등 정부 지원 필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협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협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우리나라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민소득 수준에 맞춰 저보험료·저급여·저수가 체제로 40년 넘게 운영해 왔다. 정부는 저수가와 저보험료는 유지한 채 2017년 8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보험 급여만 확대하는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전혀 논의하지 않은 문재인 케어의 강행으로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이 더 낮아졌다.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의료 소비자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 북새통이다. 반면, 동네 병·의원은 환자가 줄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42개 상급종합병원 환자 수는 2014년 1120만 명에서 2018년 1349만 명으로 229만 명(20.5%)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양급여비용은 8조 5649억 원에서 14조 669억 원으로 5조 5020억 원(62.2%)이 늘었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전체 요양급여비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5.7%에서 2018년 18.1%로, 종합병원은 15.3%에서 16.2%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병원의 요양급여비 비율은 9.5%에서 8.8%로, 의원은 20.8%에서 19.4%로 줄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환자쏠림' 상급·종합 급여비 늘고 병원·의원 줄어

병원은 많은 인력이 근무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있어 임금 인상은 물론 정부의 규제와 정책 하나에도 영향을 받는다. 두 차례 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문재인 케어로 지역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존폐의 기로에 있다.

병원급 폐업률은 2014년 8.5%, 2015년 8.2%, 2016년 8.0%, 2017년 8.3% 등 매년 8%를 넘고 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문을 여는 병원(121곳)보다 닫는 병원(122곳)이 더 많은 폐업률 역전 현상을 보였다.

광역시에 있는 병원은 2014년 659곳에서 2018년 698곳으로 39곳이 늘어난 반면 나머지 시도는 815곳에서 767곳으로 48곳이 줄었다. 

전국 기초단체 226개 가운데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있는 구를 제외한 157곳 시·군 지자체 중 71곳(45%)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 30곳(19%)은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 위험 지역'이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와 군 지역에서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2014년 281곳에서 2018년 248곳으로, 응급실은 126곳에서 119곳으로 줄었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들은 제때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건의료기본법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대책(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세워 의료체계의 기초와 골격을 흔들고 있다.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설계도 없이 집부터 짓겠다는 격이다.

저부담·저급여·저수가의 원칙아래 40년 전 설계한 낡은 보험제도를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의 틀로 개선하지 않은 채 인구(저출산·고령사회)·질병(만성질환)·경제(저성장)·통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고급·선택 서비스는 배제하고, 국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의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건강보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재원이 있다고 비급여의 보장성 강화에만 속도를 내기 보다는 생명과 관련이 있는 필수·응급·1차의료 등 기본을 튼튼히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병원' 개원 < 폐업 역전…분만 위험지역·응급의료 사각지대 늘어

정부가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야간 전담 간호사·평가인증 관련 인력·안전관리 인원·감염관리 전담인력·특정업무 전담인원·필수의료 지원 인력 등은 중소병원이 도저히 지키기 어려운 인력 확충에 관한 내용이다.

감염관리와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와 소급 적용·병상 간격 확보·수술실 공조시스템 및 클린룸 설치 등을 위해서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과 규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인력 보강에 필요한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도시화로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려는 의료인력이 품귀 현상을 보임에도 인력에 관한 규제는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의 확대는 한정된 인력을 놓고 대도시 대형병원과 농어촌 취약지 병원이 경쟁하라는 격이다. 중소병원 특히 농어촌 의료취약지역 중소병원들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농어촌 의료취약지역 의료기관의 인력 확충과 임금 현실화를 위한 취약지 지원 대책과 가산 수가가 필요하다.

농어촌 의료취약지역 병·의원의 필수·응급 의료 기능 축소와 폐업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건강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암·뇌혈관·희귀난치 질환 등은 대학병원에서 진료해야 하지만 응급·분만·혈액 투석 등 의료접근성이 필요한 질환과 아급성기 질환은 지역사회 가까운 곳에 있는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병원의 진료를 분석해 인센티브 혹은 페널티를 명확히 적용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경증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제어해야 한다. 

농어촌 병의원 폐업 ↑…의료취약지역 의료접근성 ↓

최근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내놓았다.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진지한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의협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원회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 '중소병원정책협의회 정책건의안'을 마련했다.

5개 단기과제는 ▲중소병원급 토요가산제 도입 ▲간호사 수급제도 개선 ▲의무설비(스프링쿨러 등) 설치를 위한 정부 지원 ▲간호등급제 개선 ▲비영리법인의 중견기업 인정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 부여다.

4개 중기과제는 △의료 질 평가 지원금제도 개선 △입법 예고된 보안요원 배치에 따른 경비 지원 △보건복지부 내 중소병원정책과 신설 △국가(지방)직 공무원 채용 절차 개선 등이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대도시보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과 중소도시 지역 국민도 공평하게 누려야 할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맞이한다. 농어촌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를 넘어섰다. 전남만 하더라도 총인구 187만 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2.3%(41만 7,235명)에 달한다. 

중소 병의원들이 의료취약지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현장에 답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국정철학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 병·의원을 살려 의료전달체계를 되살리는, 현실성 있는 정책 수립과 시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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