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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선망' 아닌 '절망'의 대상
전공의…'선망' 아닌 '절망'의 대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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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법 3년 점검…'비인간적 노동 굴레' 벗어나려면?
근무시간 개정·사회참여형 수련·제3기구 관리 등 제안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의협신문 홍완기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의협신문 홍완기

"국민은 전공의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전공의들의 상황은 절망에 가깝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전공의법 시행 3년' 점검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이같이 전공의들이 직면한 현실을 평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시행 3년째임에도 여전히 열악한 수련환경에 불편한 심경을 표한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공의법 3년,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전공의들이 직면한 현실을 진단했다.

윤소하 의원은 "10월 2일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3년 동안의 국정감사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며 "국감에서 다시 한번 전공의 문제를 꼭 짚겠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현 <span class='searchWord'>대한전공의협의회</span> 부회장 ⓒ의협신문 홍완기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의협신문 홍완기

전공의법 실시 3년···전공의들 "아직 많이 부족"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18년 전공의법 시행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공의 48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62.72%가 근무환경 만족도에 3점 이하(5점 만점)의 점수를 매겼다. 만족하지 못한 이유로는 근무시간(66%)·근무 강도(65%)·급여(49%) 등을 순서로 꼽았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은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들이 피부로 느끼는 수련환경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대전협은 ▲수련환경 개선 유도를 위한 전공의법 미준수 병원 페널티 강화(항목별→건별 과태료 부과) ▲전공의 1인당 환자 수·업무량 제한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개발 ▲수련환경평가 통합·개선 및 평가위원회 전공의 대표 인원 충원 등을 제안했다.

특히 제대로 된 수련환경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현 부회장은 "각 전문학회 및 보건복지부가 하는 실태조사가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시정명령 준수 여부를 서류상으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미준수 병원에 대한 수련병원·전문과목 취소 역시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보다 객관적인 전공의 의견반영을 위해서는 익명 제보가 필요하다. 현재는 실명으로만 신고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의료계는 좁은 사회다. 추후 발생할 불이익이 두려워 제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김 부회장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익명 제보 시스템과 대리 민원 접수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인재 변호사(의료문제를 생각하는변호사모임 대표) ⓒ의협신문 홍완기
이인재 변호사(의료문제를 생각하는변호사모임 대표) ⓒ의협신문 홍완기

전공의법 '근무 시간' 개정 없인 실효성 없어

이인재 변호사(의료문제를 생각하는변호사모임 대표)는 '전공의 산재 승인의 쟁점과 의의' 발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개정하지 않으면 전공의법은 실질적으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거나 지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법적 한계를 짚었다.

2019년 1월 개정된 전공의법은 전공의 폭행, 이동수련, 전체 수련병원이 아닌 전문과목별 수련취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에 개정된 전공의법은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과 관련해 전공의 근무시간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개정 없이는 실질적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전공의의 지위 보장이 어렵다는 건 경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주치의 1인이 안전을 담보하면서 책임질 수 있는 환자 수는 최대 15명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공의 1명당 평균 입원환자는 20명이 넘고, 당직 근무 시에는 평균 100명이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환자의 안전과 안전한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한 이 변호사는 "교수와 전공의 모두 과로하고 있는 현실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고용노동부가 인정하는 과로 기준까지 줄이고, 전공의 근무시간을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수련병원 취소를 필요적으로 규정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홍완기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홍완기

사회가 좋은 의사 원한다면, 인력 양성 거버넌스 새로 구축해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제대로 된 전공의 수요 산정과 사회참여형 전공의 수련교육 등 근본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소장은 "우리가 뽑고 있는 전문의 수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산정이 아니라,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기준으로 한 허수다. 숫자 자체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기피지원과'라고 불리는 전문과 전문의 지원 숫자가 다른 선진국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보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수요산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비전문가들이 그려주는 숫자로는 제대로 된 숫자를 맞출 수 없다"며 "상설기구, 제3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진국 전공의 교육 시스템도 소개했다.

안덕선 소장은 "캐나다는 정부가 전공의 교육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사회 각 전문가가 120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전공의 교육을 이끌어 간다. 사회참여형 전공의 교육이다. 사회참여형 의료라는 건, 전공의 교육의 현대화를 함께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제안된 커리큘럼을 누가 감독 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몇 명의 공무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한 안 소장은 "외국처럼 제3의 기구가 필요하다. 필요한 직종을 양성하는 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안덕선 소장은 "전문과목별로 필수적으로 필요한 교육과정이 있다. 병원에만 맡겨두면,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의료기기회사 등에서 지원을 받거나 자비로 진행되기도 한다"면서 "사회가 좋은 의사를 원한다면, 그만큼의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의사양성에 큰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8조 원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산과 비교할 때,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도제식 교육에 젖어 현대식 교육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제식 교육으로는 불확실성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없다.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이 소장은 "주당 80시간 안에는 아카데믹한 시간과 정규 수업 과정 등을 포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엄격한 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의협신문 홍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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