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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더 이상 불법 못참겠다"
전공의들 "더 이상 불법 못참겠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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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R 차단 '쟁점'…"꼼수" VS "법 준수 위한 극약 처방"
보건복지부 "2018년 수련평가 후 시정 점검…조만간 조치"
(오른쪽)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플로어 질의에서 80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되는 병원 'EMR' 문제를 짚었다. (왼쪽부터)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의대 교수),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임영실 보건복지부 보건읠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의협신문 홍완기
뒷줄 오른쪽에 서 있는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플로어 질의에서 80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되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문제를 짚었다. 앞줄 왼쪽부터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의대 교수),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임영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의협신문 김선경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 3년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에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직접 참석, 여과 없는 불만을 쏟아냈다. 보건복지부와 병원계 관계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전자의무기록(EMR) 자동 차단 시스템과 관련,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병원의 꼼수"라는 전공의 측과 "법 준수를 위한 병원의 극약 처방"이란 병원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2016년 12월, 전공의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한 '전공의법'이 시행됐다. 이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전공의들은 과도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났는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공의법 3년,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 질문에 답을 구했다.

토론회에는 현직 대전협 집행부 임원들과 역대 대전협 회장들이 대거 참석,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전·현직 대전협 회장들 의료현실 '고발'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플로어 질의에서 80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되는 병원 'EMR' 문제를 짚었다.

박지현 회장은 "EMR은 근무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전공의법에서 규정하는 80시간이 지나면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그 어떤 처방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수술을 마친 뒤, 수술 기록을 쓰고 나가야 하는데 로그인이 되지 않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수술 기록을 쓰기 위해 당직을 서고 있는 동료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야 한다. 이는 대리처방과 대리기록을 한 것이 된다. 시스템이 의료인에게 의료법을 위반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아이디를 빌리는 일이 쉽게 가능하다는 현실이다. 이는 무면허 의료인에게도 쉽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악용한 사례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박지현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익명 신고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민 대전협 수련이사(동국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는 "일반 회사에서도 교육과 업무를 병행하는 데 유독 수련병원만 전공의들에 대한 교육과 업무를 하기에 80시간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며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제도 자체의 근본적 문제이며, 80시간을 최소한이라고 생각하는 기본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수련이사는 "무조건 80시간이나 정부 지원만이 방법은 아니다. 적정 수가로 해결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수가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우 전 대전협회장(제22기)가 플로어 질의시간에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승우 전 대전협 회장(제22기)이 플로어 질의시간에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기동훈 전 대전협회장(제20기)이 플로어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기동훈 전 대전협 회장(제20기)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이승우 전 대전협 회장(제22기)은 "수련병원 자격을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200개 수련병원에 모두 인턴·레지던트를 배정하는 시스템은 불합리하다"면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은 병원이 있고, 부실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에 대한 이동 수련 등 빠른 대처를 병행해야 하지만, 전공의들은 1년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기동훈 전 대전협 회장(제20기)은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위해 의료공공성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동훈 전 회장은 "병원에서도 환자 수를 제한하고,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자 안전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그래야만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가가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현재 병원에서는 전문의 채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상호 대전협 고문은 지정토론을 통해 열악한 수련환경으로 수련을 중도 포기한 동료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손 고문은 "임신한 인턴을 배려하는 제도가 전무하다. 6개월을 근무하고 중도에 포기하면 무효가 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레지던트 과정을 1년 앞두고 그만둔 사례도 있다"며 "육성지원과목, 즉 기피과 전공의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무면허 불법보조인력에 대해서도 짚었다.

손 고문은 "전공의들이 배워야 할 것들을 그들이 배우고, 그들에게 눈치를 보며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몇 년씩 고생하면서 전문의를 수료하는 것에 대해 회한이 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피과 지원을 위한 예산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런 금액을 책정해 놓고, 기피과 지원율이 늘어나는가를 묻는다. 애초에 육성할 수 없는 예산을 만들어 놓고, 존폐를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고문은 "전공의법에서 80시간은 굉장히 작은 부분이다. 전공의에 대한 수련환경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체계적인 전공의 수련교과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과도 있다. 심지어 1년 차에만 일정 내용을 기입하고, 2·3·4년 차에 '1년 차와 동일'이라고 기재한 곳도 있다"고 지적한 손 고문은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해 올해 2월 개정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26개 전문과목 중 3분의 1이 안되는 곳에서 수련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절반이 넘는 과는 오탈자 등을 개정했고, 흉부외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예방의학과 4개 과는 아예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도 촉구했다.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고문은 지정토론을 통해 열악한 수련환경으로 수련을 중도 포기한 동료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의협신문 홍완기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고문은 지정토론을 통해 열악한 수련환경으로 수련을 중도 포기한 동료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의협신문 홍완기
이경민 대전협 수련이사(동국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 ⓒ의협신문 홍완기
이경민 대전협 수련이사(동국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 ⓒ의협신문 홍완기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의대 교수)은 "종합병원은 다른 직장과 굉장히 다르다. 복잡성, 불확실성과 긴급성을 갖고 있다. 전공의는 근로자라는 신분, 미래 전문의로서 역량을 확보하는 피교육자 신분이다. 두 가지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별한 존재"라고 먼저 정리했다.

"다른 직종은 인력을 늘려서 공백을 해소하면 된다. 하지만, 전국 병원들은 한 명의 전공의도 늘릴 수 없다"고 밝힌 은백린 위원장은 "대체 인력이나 여러 인력에 대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전공의 숫자가 굉장히 줄고 있다. 그렇다고 직원을 내보내거나 환자 수를 임의로 줄일 수도 없다"며 수련병원의 고민을 털어놨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익명 고발' 하는 시스템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표했다.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되는 EMR 시스템이 병원의 꼼수라는 것도 오해라고 했다.

은백린 위원장은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폐해는 자기 실명을 안 쓰는 것이다. 화장실 벽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EMR 시스템에 대해 좋지 않은 사례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병원이 전공의법 망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도입된 게 아니다. 오히려 전공의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병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극약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80시간 안에서 플랜을 짜게 하려는 노력이다. 우리 병원의 경우, 전날 시간을 오버한 전공의를 다음날 오후에 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수련시스템이 부재한 수련병원에서 수련해선 안된다는 전공의들의 의견에는 공감을 표했다.

은백린 위원장은 "수련시스템이 부재한 곳에서 수련을 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 학회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평가를 하는 것이다. 학회도 일정한 기준을 통해 전공의 인원을 잘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18년 수련환경평가 이후 시정 점검을 통해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실 보건복지부 사무관(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은 "2018년 수련환경평가가 이뤄졌다. 총 88개 병원에서 수련 규칙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시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점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MR 자동 차단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임 사무관은 "자기 환자를 책임지고자 하는 의도라면, 시스템 자체의 로그인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할 것 같다. 접속이 차단되면 선배나 교수님들보다는 편한 가까운 전공의에게 말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도 일부 밝혔다.

임 사무관은 "전공의 적정 인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많은 논의를 했다. 전문인력을 산정하는 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이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전공의법 시행 이후,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문화' 부분이 가장 크다. 그 간 저년차들에게 업무가 집중됐다면, 이젠 다년차나 전문의들이 함께 시간표를 나누며 고민하고 있다. 계속적으로 이행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에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의대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의대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임영실 보건복지부 사무관(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 ⓒ의협신문 홍완기
임영실 보건복지부 사무관(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과) ⓒ의협신문 홍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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