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예쁜 미소 찾아줄 수 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예쁜 미소 찾아줄 수 있다면…
  • 김형섭 강동성심병원 전공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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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팍 누쿠스서 구순구개열 수술 진행
올망졸망한 아이들 눈빛에 취해 쉼 없는 일주일 일정 이어가
김형섭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김형섭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김형섭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는 해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팍 자치공화국 정부의 초청으로 의료봉사단체 '프렌즈'와 함께 카라칼팍 공화국 수도인 누쿠스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펼친다.

올해에도 엄기일 한림의대 교수님(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과 박진석 원장님(박진석성형외과의원)·박성철 원장님(UBA성형외과의의원) 등과 필자·간호사 4분 등 모두 8명으로 성형외과 의료팀을 꾸려 1주일간의 일정으로 우즈벡 사람들을 만났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 공항까지는 약 7시간이 걸렸고, 이후 8시간 가량 대기 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인 누쿠스까지 2시간여를 날아갔다.

고된 일정 끝에 누쿠스에 도착한 후 다른 팀들은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고 다음 날부터 시작될 진료를 천천히 준비했지만 성형외과팀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미 수많은 환자들이 구순구개열 분야 최고 권위자인 엄기일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특히 전신마취를 하려면 금식해야 바로 수술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굶겨 놓은 상태였다. 우리 팀의 마음은 더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중인 환자들을 지나 진료실로 향하는 길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언뜻 보아도 많은 구순구개열 환자들이 걱정 어린, 또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망졸망한 눈빛들과 마주한 그 찰나의 순간, 지난해 순서에 밀려 다시 방문한 환자, 적절한 치료시기를 이미 놓쳐 성인이 되도록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 늦게 도착해 순서가 밀려 울고 있는 보호자 등 저마다의 절절한 사연들이 시선 속에 느껴졌다.

그럼에도 줄을 길게 서있던 환자들 상당수는 내년이나 그 이후를 기약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날 오후부터 시작된 수술은 첫날부터 쉴 새 없이 진행됐으며, 의료진은 해가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숙소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웃으며 떠난 지 약 30여시간만의 일이었다.

우즈벡 카라칼팍 누쿠스에서의 일주일 동안 엄기일 교수님의 진두지휘 아래 현지 병원의 수술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술은 계속됐고, 잠깐의 점심시간 이외에는 쉬는 시간 조차 줄여가며 수술이 진행됐다. 구순구개열 수술을 진행하는 엄기일 교수(왼쪽)와 필자.
우즈벡 카라칼팍 누쿠스에서의 일주일 동안 엄기일 교수님의 진두지휘 아래 현지 병원의 수술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술은 계속됐고, 잠깐의 점심시간 이외에는 쉬는 시간 조차 줄여가며 수술이 진행됐다. 구순구개열 수술을 진행하는 엄기일 교수(왼쪽)와 필자.

누쿠스에서 이틀째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아침부터 수술 일정이 시작됐다. 엄기일 교수님의 진두지휘 아래 현지 병원 수술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술은 계속됐고, 잠깐의 점심시간 이외에는 쉬는 시간 조차 줄여가며 수술이 진행됐다.

연속된 수술로 피로감이 쌓일때마다 잠시 쉬었다가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솟구쳤지만, 그럴때마다 처음 도착해서 보았던 환아들의 눈빛이 생각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한명이라도, 하나라도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라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꿀 같은 휴식 대신 잠시 고개를 들고 한 숨을 고르던 중 아니나 다를까 곁에서 같이 고생하고 있는 다른 성형외과 팀원들의 눈빛에서도 같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성형외과팀 외에도 현지 마취과 의사들, 수많은 간호사들, 환아의 담당 주치의사 등 현지 인력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기에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매일 저녁까지 이어지는 수술에도, 하루하루 쌓여가는 입원환자에도 그들은 불평하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뒤늦게 퇴근한다고 해서 그들이 수당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고, 그 어떤 보상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봉사자의 마음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팀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든든했다.

매일 아침 수술에 앞서 회진을 돌고 하루를 시작했다. 손으로 쓴 회진 명단, 여러가지 드레싱 용품, 부모들에게 나눠줄 비타민·간식을 양손과 주머니에 싸들고 회진을 돌았다. 수많은 환아들이 좁은 병실에 한데 모여 있는데다가 여러 의료진과 뒤섞여 시장통과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수술 부위를 확인하고, 환부 소독, 보호자 교육 및 추후 진행방향 설명·상담 등이 모두 알차게 진행됐다.

일주일간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아직 수술의 경과를 끝까지 확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담당 주치의에게도 환부의 관리와 향후 식이에 대한 설명 등을 자세히 인계하고, 보호자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문서로 전달하면서 안전하게 회복 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소독 및 관리 받을 수 있도록 남은 의료용품 등을 모두 나눠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떠나기 전, 엄기일 교수님께서 카라칼팍어로 "우리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병실을 돌면서 외치실 때에는 모든 보호자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대했고, 눈물을 보이는 보호자 분들도 있어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책이었다. 내용은 공교롭게도 의료봉사를 갔던 의사가 미처 수술해주지 못한 구순열 환자가 눈에 밟혀 귀국하는 헬기를 타지 않고 잔류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돌아오는 날 비행기에서 읽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비록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잔류하지도, 마법처럼 시간을 돌려놓지도 못했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바는 같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짧은 의료봉사 기간 동안 미처 수술 받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을 환자와 보호자들의 눈빛을 상상하니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고 외치는 듯 해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행한 작은 노력과 정성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됐겠지만, 기회가 되어 내가 또 다시 조금 더 거기 있어 줄 수 있었더라면, 더욱 큰 행복을 안겨줄 수 있었을까?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귀국길이었다.

나에게 이런 소중한 경험과 보람을 함께 나누어 주신 엄기일 교수님, 박진석 원장님, 박성철 원장님과 간호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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