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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용구충제 '품절'까지…부작용 경고 잇따라
동물용구충제 '품절'까지…부작용 경고 잇따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9.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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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상 임상연구 사례 없어…안전성·유효성 입증 안돼"
고용량 복용 땐 간독성·범혈구감소증 등 치명적 위험 우려

미국의 한 폐암 환자가 동물구충제를 먹고 완치됐다는 유튜브 동영상 여파가 한국까지 미치고 있다. 논란이 된 동물용구충제 파나쿠어(펜벤다졸)가 지난 주말 품절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약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2018년 <네이처>에 실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을 근거로 펜벤다졸이 비소세포성폐암(NSCLC)·림프종·전립선암·췌장암·직장암 등에 치료효과가 있으며, 암세포의 마이크로튜블(microtuble·세포 분열과 활동을 관장하는 기관)을 저해하는 기전으로 세포사멸(Apoptosis)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속 환자는 지난 2016년 소세포폐암 말기진단 후 전신과 뼈로 전이돼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펜벤다졸을 연구하는 한 수의사의 권유로 1일 222mg의 펜벤다졸을 3일 복용하고 4일을 쉬는 과정을 반복해 1년만에 호전됐다고 밝히고 있다. 영상에는 이 과정을 따라한 또 다른 환자의 치험례도 소개돼 있다.

펜벤다졸은 현재 국내에서 개·고양이의 회충·십이지장충·편충·촌충·지알지아 등 내부기생충 감염 예방 및 치료제로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며, 소·말·양·염소 등 산업동물용으로도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암 환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영상이 확산되면서 동물의약품지정약국에서만 판매되는 동물용구충제가 지난 주말 품절됐으며, 일반 약국에도 구입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용구충제를 먹은 뒤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가 미국의 한 방송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동물용구충제를 먹은 뒤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가 미국의 한 방송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펜벤다졸 성분 약품의 품절 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식약당국과 의약계를 중심으로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펜벤다졸에 대한 사람 대상 임상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용량을 복용했을 경우 간독성 등 부작용이 우려돼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펜벤다졸의 항암활성에 대한 일부 연구 및 복용사례가 알려져 있지만, 항암활성 연구도 실험실적 연구 혹은 마우스 등 동물실험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며 말기암 환자 관련 사례 역시 펜벤다졸만 복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약제로 암 환자는 절대로 복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약사회도 약사와 환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회는 "암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아직 사람에 대한 부작용 사례 또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복용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동물약국에서도 허가된 용법·용량 외의 판매는 하지 말아야 하며, 소비자 또한 이런 목적으로 구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은 동물 투여 때 다른 약물에 비해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에 대한 용법·용량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범혈구감소증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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