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없는 요양병원 보안인력 배치 무의미
정신질환자 없는 요양병원 보안인력 배치 무의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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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협회, "폭행사건 대부분 응급실·정신과 외래서 발생" 주장
응급실 없고 외래진료 거의 없는 요양병원 보안인력 배치 제외 요구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보안장비 및 보안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 요양병원을 제외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요양병원협회는 19일 제3차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에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입법예고안에 반대하기로 결론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16일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 인력을 배치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장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보안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조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외래진료 도중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대책을 논의하고, 지난 4월 4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7290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진료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은 ▲50병상 이하 의료기관에서 2.3% ▲51∼100병상에서 6% ▲101∼300병상에서 12.4% ▲301병상 이상에서 39% 발생했다.

이 가운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의 37.7%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설치한 병원에서 일어났으며, 정신건강의학과가 없는 의료기관에서는 6.4%에 불과했다.

폭행의 원인으로는 환자 또는 보호자의 음주 상태가 45.8%로 가장 높았고, 진료 결과 불만 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 5.7%, 환자 또는 보호자 요구 거부 1.9%로 파악됐다.

이를 종합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 사건의 상당수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주취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폭행 발생비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비상벨·비상문·보안 인력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의료기관 내 폭행과 무관한 요양병원을 포함한 것.

요양병원협회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보안 인력 배치 대상에 요양병원을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은 응급실이 없고, 정신질환자가 없으며, 외래진료 역시 거의 없는 '3무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폭행에 대비해 보안요원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이 정한 요양병원 입원 대상이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환자라는 점을 들어 "폭행 안전지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손덕현 회장은 "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보안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할 게 아니라 폭행 사건이 상대적으로 빈번한 급성기병원의 진료환경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폭행 안전지대인 요양병원은 보안요원 배치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안에서는 보안 인력을 1명 배치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3교대를 고려해 3명의 인력을 배치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힌 손덕현 회장은 "이들 인력의 인건비를 포함해 보험료를 포함한 각종 세금 등을 고려하면 2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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