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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의료전달체계 개편 실용화 방안 '고민'
개원가, 의료전달체계 개편 실용화 방안 '고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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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진료의뢰서 비용 부과·경증 응급실 내원 '비급여'·가정의학과 폐지 등
불필요한 예외 경로 차단이 핵심..."개원가 희생만큼 상급종병·환자 부담 감수해야"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확인한 개원가에서 개편안 실효성을 높일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청사진이 발표된 후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선 개편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엔 의문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환자 비율이 높을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불이익을 주고, 의료 질 평가 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환자의 의료이용행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한 상황.

이에 개원가에서는 다양한 보완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보완책의 핵심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불필요한 경증질환자의 상급종합병원 내원 예외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정부 개편안 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의 수익은 줄지만 적자를 보는 수준은 아니며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금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증질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개원가의 일반적 평가다.

개편안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개원가를 중심으로 개편안 내용을 세세히 살펴보고, 개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제고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개편안 실효성 제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의견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는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A 경기도 내과 개원의는 "일부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현재 진료의뢰서 발급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진료의뢰서를 기타 의무기록과 검사 결과를 첨부해 발급하고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행정비용이 발생한다. 그에 합당한 수가 보상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환자 부담이 증가하면 무분별한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청하지 줄 것 이라는 예측"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 의뢰 관련 가장 큰 부담은 의사 판단과 상관 없이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환자의 인식, 의식의 변화 없이는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현상을 해결하기 힘들다"며 "일정 기간 동안이라도 환자들에게 상급종합병원 의뢰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둘째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의 경증환자 내원율을 낮추는 방안이다.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외래 또는 입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B 전 의협 임원은 "중증질환자가 아닌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통해 외래진료 또는 입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내원해 버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낮 시간에 환자 본인이 스스로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경증질환자에 한해) 전액 비급여로 환자 본인부담을 높이고, 징벌적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하도록 하면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환자들이 응급실 내원 시 자신은 중증으로 의심해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경증으로 판명된 후 징벌적 수준의 본인부담이 부과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의원급에서도 의뢰 여부 결정에 따른 환자 불만 부담을 지는 만큼 상급종합병원도 그 정도의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경증질환자에 대한 상급종합병원 내 의뢰·회송을 막기 위해 가정의학과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을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면,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가정의학과를 거쳐 다른 전문과 진료 또는 입원을 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 지역의사회 임원은 "정부 개편안 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 가정의학과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대부분 가정의학과 수련은 종합병원 등에서 담당하고 있어 가정의학과 전문의 교육 및 배출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측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취지에 진실로 공감한다면 가정의학과 폐지에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원가 일각에선 이런 요구가 정부와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요구가 개원가 입장에선 타당해 보이지만, 부담을 더 해야 하는 환자와 국민 동의를 얻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쉽게 수긍하기 힘든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당과 정부 입장에서 환자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현실적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발표 직후 산하 지역의사회와 의료단체들로부터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시행 중이다. 향후 의료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될 의협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한 공식입장과 그에 따른 국민, 정치권의 반응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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