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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개편 칼 끝, 왜 상급종합병원 향했나
의료전달체계 개편 칼 끝, 왜 상급종합병원 향했나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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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상급병원 환자이동 유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시작점"
경증진료 '손실' 중증진료 '보상'...비용체감 높여 의료이용 행태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발표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환자가 꽉 들어차 있다. ⓒ의협신문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발표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접수창구마다 환자가 붐비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상급종합병원(상급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페널티를 주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발표됐다. 상급병원계는 적잖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상급병원계는 "현실적으로 환자의 진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증환자들이 상급병원을 이용하는 데 따른 책임을 온전히 병원에만 떠넘기는 꼴"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병원으로 쏠린 환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시작점"이라며 "상급병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단기대책의 하나로, 상급병원 지정평가 기준과 수가지급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차기 상급병원 지정평가부터 ▲경증입원환자 비율 14% 초과 ▲경증외래환자 비율 11% 초과 ▲중증환자 비율 30% 미만 병원은 상급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하도록 강화했다.

아울러 '100대 경증질환'을 분류한 외래 환자를 진료하면 의료 질 지원금을 받지 못하며, 종별 가산(30%)도 전혀 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상급병원이 경증환자를 받지 않으려 해도 의료법이 정한 '진료거부 금지' 조항에 따라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 제 발로 찾아온 환자를 진료한 상급병원은 적잖은 페널티를 받지만, 환자는 불이익이 거의 없다. 제도 운용의 책임이 고스란히 병원 몫으로 남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의협신문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칼 끝은 왜 상급병원으로 향했을까?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실행'을 개별 병원에 맡긴 배경은 무엇일까?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4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상급병원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환자쏠림이 가장 심하게 나타는 곳이 상급병원인만큼,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전달체계 개편 작업의 시작점이라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상급병원 환자 쏠림 현상의 책임을 온전히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왜 우리에게 책임을 묻느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의료전달체계는 오랜기간을 거쳐 형성된 국민의 의료이용 관행과도 관련이 있어, 이를 제한할 현실적인 방법이 부재하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병원의 노력에 더해, 정부도 적절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국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민원이 집중하는 병원 진료협력센터의 인력운영을 위한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증환자가 상급병원을 찾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본인부담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손보험을 통해 진료비를 보상받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본인부담 인상이 페널티로서)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경증환자나 장기입원환자의 실손보험 보장범위를 조정해 비용체감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했을 때 페널티를 주는 데 대해서는 "패널티가 아니라 보상방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수가 조정의 목적은 상급병원들이 중증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경증환자 진료 시 보상을 줄이는 대신 중증환자 진료 시 보상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경증환자 진료비용을) 깎아서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증환자 진료비용으로 보상할 계획"이라며 "다학제 통합진료 등 중증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수가를 올려 부족분만큼 재정을 보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상급종병 지정평가도 '들썩'
상급병원 지정 권역-기관 수 확대는 "아직 결정 안돼"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맞물려 당장 내년에 실시하는 차기 상급병원 평가(4기, 지정기간 2021∼2023년)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서 상급병원 지정기준 가운데 ▲경증입원환자 비율을 기존 16%에서 14%이내로 ▲경증외래환자 비율을 17% 이내에서 11%이내로 ▲중증입원환자비율을 기존 21%에서 30%이상으로 조정키로 했다.

아울러 경증환자 진료 비율이 기준보다 더 적거나, 중증환자 진료 비율이 기준보다 높은 병원에 별도의 가점을 주기로 했다. 경증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은 상급병원 지정 시 불이익을, 반대로 중증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은 가점을 주겠다는 의미다. 1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병원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바뀌는 지정 기준이 그리 가혹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3기 상급병원 지정평가를 신청한 병원들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값을 기준점으로 삼은 만큼,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으로 인해 상급병원 지정을 희망한 병원들이 기회를 박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중증환자 30%, 경증입원 14%, 경증외래 11% 기준은 3기 상급병원 지정평가를 신청한 병원들이 다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값"이라며 "증증환자 비율은 최대 44%를 만점으로 잡았는데, 지난 3기 때 상급병원 지정을 신청한 51곳 병원 가운데 11곳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신문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 내에 설치된 진료협력센터.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 진료협력센터가 상급병원 환자분산 작업의 중추역할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문제는 경증환자 비율. 평가에 반영하는 '경증환자'는 현재 약제비 차등제 적용대상인 100대 경증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의사의 직접 의뢰를 기본으로 진료의뢰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한다고는 하나, 확진이나 회송여부와 상관없이 넘어온 모든 환자는 경증환자로 카운트 한다.

병원계는 진료거부가 불가능한 만큼, 확진 전 단계에 해당하는 초진환자나 상급병원 진료 후 회송환자는 수치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상급병원 평가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오 과장은 "상급병원 진료 후 회송환자 등을 경증환자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이번 4기에서 예비지표로 포함했다"며 "일단 4기에서 적용 가능성 등을 짚어보고, 5기 본사업에서 실제 지표화 하는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6일 설명회를 열어, 달라진 상급병원 지정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병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진료권역 변경이나 기관수 조정 계획 등은 이날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오 과장은 "상급병원 지정기관 수는 소요병상에 따라 달라진다. 4기에 적용할 소요병상 수는 내년 11월에야 나온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진료권역 세분화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 중에 있는 사항이다. 아직 발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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