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미성년 자녀가 서명했다간 큰일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미성년 자녀가 서명했다간 큰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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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사표현 능력 있다면 동의서 환자 결정 따라야" 판단
미성년 자녀에게 동의서 쓰게한 병원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호 의무자가 아닌 미성년자녀에게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A병원 원장에게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 환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미성년 자녀로부터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최근 권고했다.

이와 함께 관할 구청장에게 관내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도 권고했다.

진정인 김 모 씨는 "지난해 6월 A병원에서 자신이 심근경색이 없음에도 진정인의 딸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사망을 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해 결국 딸이 각서에 서명 날인했다"며 인권위에 '환자의 자기 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진정을 제기했다.

김 모 씨는 집에서 '계속 죽고 싶다'는 말과 여기저기 신고를 많이 하는 행동을 보이다가, 집에 번개탄 2개를 피워 장판을 태우는 등의 위험한 행동 양상을 보여 2018년 6월 28일 경찰의 응급입원 의뢰로 응급입원 됐다.

다음 날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보호 의무자 모친의 1인 동의하에 보호 입원으로 전환됐다. 김 모 씨의 가족으로는 모친과 딸(2002년생), 그리고 아들(2007년생)이 있다.

A병원 정신과 전문의인 피진정인은 2018년 6월 29일 김 모 씨에 대해 '음주충동 및 자살 신고로 2018년 6월 29일∼7월 12일까지 2주간 통신 제한 및 면회 제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피진정인은 김 모 씨가 퇴원과 전화 통화를 요구하면서 병동 내에서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워 '병실 환경 및 치료 프로그램 훼손'을 이유로 2018년 6월 29일 오전 9시 10분부터 11시까지 1시간 50분에 걸쳐 4포인트 강박과 HPD(할리 페리돌) 1ml와 ATV(아티반) 4ml 주사제를 처방했다.

피진정인은 2018년 6월 30일 김 모 씨의 미성년 자녀에게 '환자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기관내삽관, 심장마사지 등의 치료가 환자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해하고, 이런 처치를 상기 환자에게 시행하지 않기를 동의한다'라는 내용의 DNR 동의서(심폐소생술 포기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피진정인은 "본원에 중환자실이 없고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어 종합병원에 입원해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데, 김 모 씨의 딸과 아들은 종합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본원에 입원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호자인 모친에게 계속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김 모 씨의 딸과 아들에게 심근경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는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진정인(김 모 씨)이 응급입원 및 보호 입원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자·타해 위험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의사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신적·신체적 상태는 아니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생명 연장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으로서 피진정인이 진정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 의무자나 법정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가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피진정인은 의료법상 정신의료기관의 장으로서 응급의료법 제11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입원 중인 환자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임에도 미성년자에게 DNR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고, 아버지가 예기치 못하게 사망해도 피진정병원(A병원)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 내용은 미성년 자녀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한 것으로서 이는 진정인과 미성년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이런 사유로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헌법 제10조 및 정신건강복지법제6조 제3항과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입원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닐 권리를 침해했고, 정신건강 증진시설장으로서의 인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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