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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과민반응 사망…병원 경영진도 주의의무 책임
약물 과민반응 사망…병원 경영진도 주의의무 책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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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예방 위해 정형화된 문진표·진료 및 주사처치 시스템 마련 권고
청주지법, "의료진 실수 예방 장치 마련 미흡"...2억 3432만원 배상 판결
ⓒ의협신문(그래픽 윤세호)
ⓒ의협신문(그래픽 윤세호)

매우 희소한 약물 과민반응이라 하더라도 문진을 통해 설명과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는 물론 병원 경영진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방법원은 약물 과민반응으로 사망한 A씨의 가족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전 문진표 작성 및 설명서 교부 등 의료진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병원 경영진에게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8월 19일 판결했다.

A씨는 2009년 대전 C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과 스텐트 시술을 받은 후 심근경색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했다. A씨는 C내과의원에서 심장질환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로부터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dichlofenac) 약물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는 말을 듣고, '디클로페낙(dichlofenac)'이라고 적힌 쪽지를 갖고 다녔다.

그러던 중 2016년 11월 15일 오른쪽 발목을 다쳐 다음날 오후 1시 30분 B의료재단 병원에 내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E의사로부터 인대손상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오후 2시 26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주사제의 일종인 '디클로페낙' 성분의 '로페낙주 2ml(디클로페낙나트륨)'와 약으로 엔클로페낙정(아세클로페낙), 에페신정(에페리손염산염), 케이비피드정(레바미피드)을 처방받았다.

E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로부터 '유니페낙(디클로페낙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 주사제로 성분은 동일하고 제품명만 다름) 2㏄'를 근육주사 투여를 받은 A씨는 처방 약을 조제 받기 위해 B의료재단 병원  근처의 약국을 찾았다. A씨는 약사에게 '디클로페낙(dichlofenac)'이라고 쓰인 쪽지를 보여주면서 처방 약과 같은 성분의 약인지를 묻고, '나는 이 약을 먹으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동행했던 A씨의 동거인은 급히 병원으로 돌아가 E의사에게 디클레페낙 부작용에 대해 말했다. A씨는 동거인에게 전화해 "주사에도 그 약이 있었나보다. 지금 신호가 온다"고 말하고 오후 2시 36분경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응급실 도착 후 전신 경직 및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B의료재단 병원 의료진은 디클로페낙 과민반응에 대한 약물 투여 및 석션카테터, 기관내삽관술, 심폐소생술, 제세동술 및 전기적 심조율전환, 산소흡입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A씨는 오후 4시 11분 심근경색 및 과민성 쇼크로 사망했다.

A씨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디클로페낙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쇼크)로 추정됐다.

E의사는 2018년 2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8년 11월 17일 사망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A씨의 아들은 B의료재단 병원을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의료재단 병원은 "E의사가 진료 당시 망인이가 복용하던 약과 과거력에 대해 질문했지만, 망인이 이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방법원은 E의사가 문진 등을 통해 A씨의 과거 병력 및 투약력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만연히 디클로페낙 성분의 '로페낙주 2ml'를 근육 주사하도록 처방하는 잘못을 저질러 사망하게 하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케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의료재단 병원에 대해서도 사용자로서 망인에게 E의사의 과실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 경영진은 내원한 환자에게 정형화된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거나 처방한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문서를 비치 및 작성해 교부하거나 ▲간호사 등 위 병원 소속 직원들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약물사용 내역 등을 물어 이를 진료 의사나 주사 처치 간호사에게 전달하게 하는 등으로 진료 및 주사 처치 시스템을 운영했어야 한다며 병원 경영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짚었다.

청주지방법원 재판부는 "망인은 이 사건 병원 경영진이 마련한 적절한 진료 프로세스 운영시스템에 따라 E의사, 또는 다른 의료인력이 과거 병력이나 복용하던 약에 관해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된 질문을 받고, 그 부작용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쪽지를 보여줬을 것이고, E의사로부터 디클로페낙 성분의 약이 처방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 경영진 및 E의사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일실수입, 가동 연한(65세), 생계비, 원고의 재산상 손해 등을 고려해 2억 3432만 7504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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