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감정 공정성 흔들…의료감정원이 '답'
법원 의료감정 공정성 흔들…의료감정원이 '답'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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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보험사 의료감정 객관성·신뢰성 의문…공정한 의료자문기구 요구
의협, 공정·중립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 전문성 바탕으로 신뢰성 높인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횡격막 탈장 사건과 관련 법원이 여러 개의 의료감정 중 의사에게 불리한 의료감정만 채택해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이어 최근 민간보험회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하기 전에 의료자문을 특정 병원과 진료과에 집중해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처럼 법원의 의료감정이 한쪽 의견에 치우치고, 보험회사의 의료자문이 공정성을 잃게 되자 중립적인 의료자문(의료감정) 기구를 설립해 의료감정(의료자문)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형사사건서 의사에게 불리한 의료감정 채택..."심각한 문제"
지난해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횡격막 탈장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을 받던 3인의 의사가 실형 선고와 함께 모두 구속됐다.

1심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금고 1년,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금고 1년 6월, 가정의학과 의사(당시 전공의)는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는 무죄,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금고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응급의학과 의사 무죄 판결에 대해 상고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상고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상고하지 않았다.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의료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입증돼야 하는데, 법원은 의료과실 입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료감정을 제한적으로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번 사건에서는 여러 개의 의료감정이 있었다. 의견이 서로 갈렸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느 감정 결과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1심과 2심은 모두 의사에게 불리한 감정 결과를 채택하고, 그와 다른 감정 결과는 뚜렷한 이유 없이 채택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법원 감정은 주로 서면으로 이뤄지는데 제한된 자료와 미리 제시된 질문사항을 위주로 감정서가 작성되다 보니, 그 결과가 왜곡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고, 또 1인 감정은 개인의 능력이나 경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감정 의견이 존재할 경우 서로 다른 감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감정 결과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유·무죄를 다루는 형사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법원 감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 진단서와 충돌하는 보험사 의료자문 공정성·객관성 의심
민간보험회사의 의료자문도 문제가 크다. 보험회사가 특정 병원 및 진료과에 의료자문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 게다가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근거로 의료자문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만 13만 3958건(생명보험회사+손해보험회사)에 달했다.

이 의료자문은 보험회사와 의사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내린 진단서와 출동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보험회사들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 보험가입자나, 진단서를 써준 의사와의 소송에서 의료자문을 근거자료로 제시하는 사례가 증가해 더 공정한 의료자문이 요구된다.

의협, 공정하고 전문성 갖춘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
이처럼 보험회사의 의료자문과 법원에서의 의료감정제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의사협회는 공정하고 전문성을 갖춘 (가칭)의료감정원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의협은 지난 4월 24일 제49차 상임이사회를 열어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단'을 구성·의결했다. 의료감정원은 공정성·전문성·신속성을 갖춘 국내 최고의 의료사안 감정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협의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은 횡격막 탈장 환아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법원이 횡격막 탈장 환아 사망 사건 관련 의사 3명에게 오진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10월 25일 1심에서 법정 구속 시켰는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료사고에 대해 전문가 1인에게 의존한 수탁 의료감정으로 인해 위험성이 표면화됐다.

복잡한 의료분쟁에 대해서는 1인 수탁 감정보다는 해당 전문과목 전문의들로 구성해 안전한 '교차 복수 감정' 등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공정성·객관성 등이 담보돼 체계적으로 의료감정을 할 수 있는 의료감정 기구 설립이 대두됐고, 의협은 지난 5월 29일 의료감정원 운영 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의 확대에 따른 다양한 감정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공정성·전문성·신속성을 갖춘 의료감정기관의 의료감정원 조직도 및 감정 기구를 운영규정에 담았다.

또 명칭, 조직, 구성, 업무, 임기, 직무, 감정심의대상기관, 감정범위 등을 정했고, 감정 심의기구(의료감정원 중앙위원회, 의료감정원 운영위원회, 의료감정심의위원회, 의료감정교육정보위원회) 명문화 및 구성, 업무, 역할 등, 그리고 의료감정 전문위원 근거도 마련했다.

의협의 의료감정원은 전문감정(학회를 통한 신속·정확·명확·객관적인 감정), 복수·교차·다인 감정(의료감정의 신뢰도 제고), 인증제도(교육을 통한 자격관리로 전문감정인 양성), 데이터 관리 및 활용(감정결과 관리 및 교육 자료로 활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전문성은 확보…의료감정위원 질 관리로 신뢰성 회복 중요
의료감정원 설립과 관련 정성균 의협 총무이사는 "의협은 의료감정에 대한 전문성은 이미 확보돼 있지만, 앞으로 의료감정원 출범과 함께 의료감정위원에 대한 질 관리를 잘해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1인 중심의 의료감정을 해왔는데, 앞으로 사안에 따라 복수 감정도 더 늘릴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무이사는 "오는 9월 2일 의료감정원 개소식 및 현판식을 할 계획이고, 오는 11월 3일에는 법원·검찰·경찰·보건복지부·국회 등 사회 각층 관계자를 초청해 정식으로 의료감정원 개원식을 열 것"이라며 "의료감정원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공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기구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힘줘 말했다.

보험사 의료자문 제한…공신력 갖춘 의료감정 시스템 구축해야
여러 전문가도 공정하고 독립적인 의료감정 기구 설립을 강조하고 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2018년 8월 3일 발행)>에서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실태를 언급하면서 개선방안으로 공신력 있는 의료감정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의료자문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의학적 전문소견이 필요하거나 대립이 있어 객관성 확보가 필요한 때에만 한해 의료자문을 한다는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료자문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보험계약자와 보험사의 의견이 상충할 경우 보험 약관상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와 함께 제3의 의료자문병원을 통해 다른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보험사 내부 판단을 위해 진행하는 선행절차인 의료자문은 보험사와 위탁 관계를 맺은 자문의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영상 필름과 의무기록지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자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동일부위에 유사한 손상을 입어도 그 후유증은 환자의 체질과 치료 방법에 따라 최종적으로 판단되는 후유증이 다름에도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지도 않고 치료도 하지 않은 보험사 자문의가 의학적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김 입법조사관은 "자문의견서를 근거로 보험금의 지급거부나 삭감해 지급하는 행위가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은 개선방안으로 의료자문 요건을 강화하고, 자문의사 및 자문의료기관 정보공개 필요, 그리고 공신력 있는 의료감정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료자문은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피보험자가 입원치료 한 주 치료병원의 주치의가 의학적 근거에 기초해 작성하거나 발행한 진단서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증자료가 없는 한 보험사가 추가로 의료자문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은 "각종 사고, 질병, 장애 등 생명과 손해보험 전반에 대한 의료적 판단 및 의료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 공적인 의료자문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원, 복수감정서도 의견 갈리면 제3기관 의료감정 받아야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장도 현행 의료감정제도가 문제가 있다며 중요한 판결은 2인 의료감정이 필요하고, 의견이 엇갈리면 제3기관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법적 영역에서의 의료감정은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위한 것이므로 법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의료감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전문가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특정 의사에게 의료감정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의료감정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감정의 공정한 분배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의협에서 의료감정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료 의사에 대한 과실을 평가해야 하는 의료감정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국민과 동료 의사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의료감정 전문성 제고는 물론 법적 시스템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의료감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뢰하는 의료감정은 배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만, 경찰 및 법원 등에서 수탁 의뢰하는 의료감정은 민사뿐만 아니라 (인신을 구속하는)형사 사건 감정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임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횡격막 탈장 사건의 경우처럼 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할 때 1인 의료감정을 인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은 박 회장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중요한 사건은 2인 이상의 의료감정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두 개가 다를 경우 제3의 기관에서 의료감정을 받도록 해 의료과실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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