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찾은 울산대병원장 "지역의료 무너졌다"
세종청사 찾은 울산대병원장 "지역의료 무너졌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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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탈락 후 중증환자 역외유출 등 부작용
울산 의료계 "지역 내 상급병원 지정해야" 한 목소리

보건복지부의 차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울산지역가 열기가 뜨거워, 지역 의료계가 그야말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융기 울산대학교병원장
정융기 울산대학교병원장

정융기 울산대학교병원장은 14일 정부 세종청사를 찾아, 보건복지부에 울산지역 의료현황을 설명하고 합리적인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을 요청했다.

울산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던 울산대병원은 지난 3기 상급종합병원 지정(2018∼2020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중증환자 역외유출, 의료인력 이탈, 지역 병의원 간 경쟁 심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정 병원장의 설명이다.

정 병원장은 "지난 1년간 경증 외래환자의 숫자는 늘어난 반면, 수술과 집중치료가 필요한 입원환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역병의원의 환자의뢰 건수도 감소하면서 중증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세부전문의들의 병원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울산대병원의 월 평균 암 수술건수는 2016년 199건에서2018년 196건, 2019년 183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암 슬라이드 대출건수는 2016년 533건에서 2018년 774건으로 증가했다.

중증환자의 역외 유출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이로 인해 울산지역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또한 증가하게 됐다는 게 정 병원장의 분석이다.

중증환자의 이탈과 경증환자의 증가는 세부전문의들의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대병원 전문의 사직율은 2018년 19.8%, 2019년 16.7%로 상급병원으로 기능했던 2016∼2017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가뜩이나 쉽지 않았던 세부전문의 충원은 상급병원 탈락 후 더 어려워져, 환자 유출과 우수 인력 이탈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 병원장은 "울산대병원이 종합병원이 돼 동일선상 경쟁하게 되면서 지역 병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의료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신문

구체적으로는 진료권역의 세분화와 더불어 지역 의료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기준의 합리적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상급병원 진료권역은 전국 10개로, 울산은 부산·경남과 함께 경남권역으로 묶여 있다.

정 병원장은 "현재 경남권역 내 부산 4곳, 경남 2곳의 상급병원이 지정되어 있다고 하나, 울산지역에서 유출되는 중증환자는 지역거점병원이 있는 부산·경남이 아니라 서울로 가고 있다"며 "부울경은 현실적으로 동일 생활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의료생활권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인 진료권역 설정이 상급종합병원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지방환자의 서울과 수도권 쏠림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짚은 정 병원장은 "지역민들의 생활권을 반영해 진료권역을 세분화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급병원 지정기준의 개선도 요청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병원장은 "울산대병원은 지난 3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결과 수도권 일부 병원과 다른 진료권역의 지방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1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고도 탈락했다"며 "권역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의사인력과 전공의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치명적인 감점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역 병원의 대부분은 의사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지역 내 의대가 없는 울산은 인력난이 더욱 심하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배정된 전공의 수도 울산은 인구 1만명당 0.57명으로 서울 2.47명, 전국평균 1.27명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한 정 병원장은 "상급병원 지정평가에 이런 지역의 현실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와 울산지역 종합병원장들은 지난 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울산시를 경남권에서 분리해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울산지역 의료계도 병원의 호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울산광역시의사회와 울산지역 종합병원장들은 지난 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울산시를 경남권에서 분리해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존의 평가기준과 진료권역을 유지한 채 4주기 평가를 진행한다면 울산시 내 상급종합병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증환자 역외 유출을 부추기고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산시는 경남권에 묶여 각종 보건의료정책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대병원은 고사하고 공립병원 하나 없는 곳은 울산 뿐"이라고 밝힌 이들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울산시와 지역의료계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역 의료가 바로설 수 있도록 울산시를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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