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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의-한 갈등 재점화
한의협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의-한 갈등 재점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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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한의사에 리도카인 공급한 제약사 "증거불충분...혐의 없음" 처분
한의사 벌금형 처벌 받았음에도 한의협 '전문약 사용 선언'?…'면허 전쟁' 예고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대검찰청이 한의원에 '리도카인'(전문의약품)을 판매한 H제약에 대해 '의료법 위반 교사'·'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로 재기 수사명령을 내렸으나, 수원지방검찰청은 8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수원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검찰이 한의사의 리도카인(국소마취제) 사용 자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며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을 예고, 의료계와 '전문의약품 사용'을 놓고 한바탕 면허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H제약이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하고, 한의사가 이를 환자에게 투여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 지난 2월 14일 수원지검에 재기 수사명령(재항고사건 처분 통지)을 내렸다.

대검은 H제약이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것은 의료법 위반의 교사 내지 방조 혐의가 있다고 고발장에 명시했음에도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중대한 과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오산의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투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사건을 접한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3월 28일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과 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약품공급업체인 H제약을 약사법 위반(의약품 불법 공급)으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여부와 의약품 도매업을 하는 H제약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는 한의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옳은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수원지검은 2017년 12월 28일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형 약식기소를,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형 처벌을 결정한 것.

하지만 H제약에 대해서는 약사법을 위반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려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수원지검은 "약사법에는 도매상의 의약품 판매 대상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의약품 도매상의 판매 대상이 명확하게 규정되거나, 정의되지 않은 이상 의약품 도매상이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하면서 불법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의협은 H제약에 대한 수원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2018년 8월 23일 항고를 기각했다.

의협은 서울고검에 재항고장을 제출(2018년 9월 19일)한 데 이어, 대검찰청에 재항고 이유서를 제출(2018년 10월 14일), 다시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의협은 재항고 이유서를 통해 "의협이 최초 고발장에 분명히 의약품공급업체의 의료법 위반의 교사 내지 방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적시했으나 수원지검에서도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서울고등검찰청도 수원지검에서 중요한 죄명의 판단을 유탈한 명백한 과오에 대해 지적도 하지 않고 기각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등검찰청은 단순히 판단을 누락한 것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의협은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을 공급해 불법 주사하게 한 의약품공급업체(업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칙이나 경험칙상 맞지 않는다"면서 "마약 투약자를 처벌하면서 그 투약자에게 마약을 공급한 자를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는 모순과 같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원지검에 재기 수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H제약의 의료법위반 교사 및 의료법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핀 결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수원지검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보건복지부의 질의회신 자료를 인용했다.

약사법 부칙(제8365호) 제8조(한의사·수의사의 조제에 관한 경과조치)는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하거나 수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동물용 의약품을 자신이 직접 조제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의 개정 규정에도 이를 조제할 수 있다'고 명시해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 점을 들었다.

또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의약분업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 의약품 처방 범위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외 달리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으로 정식으로 등록된 자에게만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했고, 그중에는 한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도 포함된 점 ▲H제약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한 후 그 판매내역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 왔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이와 관련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점 ▲피의자들은 봉침 치료 등 통증이 수반되는 한방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어 한의원에도 리도카인을 판매하게 된 것으로, 한의사의 일반 의료행위(한방치료 외의 의료행위)를 예정하고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한의사 A씨가 환자 B씨에게 리도카인 주사제를 '왕도'라는 약침액에 혼합해 주사한 점에 관해 의료법위반죄로 기소돼 수원지방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2018년 1월 24일) 그 명령이 확정됐더라도 한의사 A씨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의약품 도매상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논리필연적으로 의료법 위반행위의 교사 내지 방조로 귀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고발인의 주장 및 제출 자료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원지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의신문>을 통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리도카인이라는 구체적인 의약품의 사용이 합법이라고 결정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 논란을 예고했다.

검찰이 리도카인을 투약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한 사실은 덮어둔 채 H제약사에 대해 약사법을 위반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점만 부각하고 있는 것.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한의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하다면 마취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마취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협업해 전신마취를 하는 것도 필요에 따라 한의사의 면허 범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을 확대 해석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이번 수원지검 결정과 관련, 13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을 선언하겠다고 예고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향후 한의사의 사용 확대가 필요한 전문의약품 분야로 ▲한약을 원료로 한 전문의약품인 아피톡신·레일라·신바로 등의 천연물 유래의약품 ▲리도카인과 같이 한의 의료행위의 보조적 수단으로 쓰이는 전문의약품 ▲부작용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전문의약품 ▲봉독요법의 쇼크 대비를 위한 응급의약품 등을 꼽았다.

한의계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면허외 의료행위)에 이어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으로 의료계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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