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 휩쓸려 '의료급여 미지급금' 전액 삭감
정치논리 휩쓸려 '의료급여 미지급금' 전액 삭감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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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억원→459억원→0원...자한당 추경예산 삭감 성과 희생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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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민생 예산인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 미지급금 추가경정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애초 보건복지부는 1221억원의 미지급금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459억원으로 감액된 데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국 전액 삭감됐다.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비 미지급금 문제는 매년 불거지는 의료계의 일상사다.

의료기관들은 매년 되풀이 되는 미지급 또는 지연 지급하고 있는 의료급여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시민사회 단체 역시 의료급여 미지급금 문제의 원천 해소를 요구한 지 오래다.

올해 추경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미지급금 예산 심의 결과에 주목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건강보험 8개 가입자단체와 보건의료시민단체 연합체인 '무상의료실현운동본부'는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미지급금 24조 5000억원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크게는 법정 국고보조금 미지급 사태가 지속되면서 건보 보장성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작게는 해당 예산만 차질없이 확보하면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비 미지급 또는 지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2020년도 유형별 수가인상률 및 건강보험료 인상률 결정의 전제조건으로 국고보조금 지급을 내걸었다. 특히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건보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으며, 향후 미지급금 지급 관철을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미지급금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이들 단체의 향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매년 지속되는 의료계와 건보 가입자 단체의 미지급금 해소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여의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요구를 제 때 수용하지 못하고 추경예산을 통해 메꿔왔다.

올해는 뒤늦게라도 해당 예산을 해결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시도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막아섰다. 결국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미지급금 예산을 추경예산에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재원 예결위원장(자유한국당)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해당  예산 삭감을 강력히 주장, 관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한 자유한국당 예결위원조차 막판에는 예산 삭감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위원들의 발언 요지는 매년 해당 예산을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추경예산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

김재원 의원은 "이게 완전히 아주 상습적으로 매년 계속 이러고 있다. 올해 이걸 전부 삭감을 하고 한번 본때를 보여야 그 다음에 해결이 될거다. 그렇지 않고 국회에서 그냥 눈 감아 주면 매년 똑같다. 이게 한 두 푼도 아니고..."라고 발언했다.

여당 예결위원들은 자유한국당의 삭감 주장을 반대하며 맞섰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미지급금 예산을 포함한 추경예산 논쟁은 예산 자체의 필요성과 시급성 보다는 여당과 자유한국당 등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결정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은 지난 3개월 여 동안 민생예산이라며 추경예산안 국회 의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자유한국당은 추경예산안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예산안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결국 추경예산안 의결에 목말랐던 여당이 야당의 일부 예산 삭감 공세를 수용하는 대신 전체 예산안 통과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추경예산안 의결 후 "실질적으로 1조 5000억원 가량을 삭감했다. 이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고, 한마디로 새 역사를 썼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민생투쟁 한답시고 겉으론 '민생~민생' 떠들고, 여러운 의료계의 현실 운운하더니....100일 동안 아무것도 안하다, 겨우 통과시킨 예산에서 결국 어려운 사람들, 의료급여 못받는 의료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 예산 삭감을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있는 야당의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탄식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자유한국당이 총선용 예산이라며 반대한 예산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희망근로지원사업,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구직 급여, 고용창출 장려금, 의료급여 경상보조, 생계 급여, 신재생에너지 지원, 저소득층 미세먼지마스크 보급' 등 취약계층의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 대부분"이라며 "발목잡기로 오랫동안 추경예산 처리를 지연시킨 것도 모자라서 취약계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해서 누더기 추경을 만들어 놓고,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자유한국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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