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하려면 사표내라?...보건복지부-보건소 '다른말'
개원하려면 사표내라?...보건복지부-보건소 '다른말'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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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개설 허가 난 뒤, 사표 내도 무방" 밝혀
인천 서구보건소 "신청 당시 무직 상태라야" 딴소리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A의사는 정신과 전문의다. 10년 넘게 봉직의로 일해 왔다. 최근 좋은 기회가 생겨, 건물을 임대했다. 병원을 개설하기 위해서다.

A의사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하기 위해 관할 보건소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 사표를 먼저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A의사는 같이 일하다 병원을 개원한 B의사가 개설허가가 날 때까지 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보건복지부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설 허가 신청 시에 사표를 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엇갈린 답변에 A의사는 혼란스러웠지만 보건소의 안내를 따르기로 했다. 다음날  사표를 내고, 허가신청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정신병원' 개설은 난항을 겪었다. 여러 차례 주민과의 토론회에 참석하고, 설득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 동네에 정신병원이 들어서면 안된다"는 이유를 댔다.

보건소는 개설허가 불가를 통보했다. 이미 사표를 내 실직자 상태인 A의사는 멘붕에 빠졌다.

(그림=pixabay) ⓒ의협신문
(그림=pixabay) ⓒ의협신문

최근 '정신병원' 기피 현상으로 인해 주민과 정신병원 개설자 간의 갈등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적법한 개설허가 절차를 밟았음에도 관할 보건소로부터 '개설 불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A씨의 사례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바로 개설허가를 둘러싼 '1인 1개소법'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 조항, 1인 1개소법)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은 개설 신고를 하면 된다.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장비·인력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산 세교 신도시나 인천 서구의 경우처럼,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개설 신청이 바로 개설 허가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최근 'WHO 권고기준 병상 수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개설 불가 통보를 받은 제용진 원장(인천 서구 아너스병원 개설허가 신청자) 역시 A의사와 같은 상황에 빠졌다.

인천 서구보건소는 개설허가를 신청할 당시 다른 병원 봉직의인 제용진 원장에게 "1인 1개소법에 위반되니, 신청 시 사표를 미리 내고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보건소 담당자의 말을 믿고 제용진 원장은 사표를 낸 뒤, 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 했지만 '불허' 통보를 받았다. 현재 그는 실직 상태다.

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무직 상태여야 한다면, 제용진 원장의 사례처럼 허가가 나지 않으면 직장을 잃고, 병원도 개설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의협신문]은 인천 서구보건소 담당 주무관에게 관련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담당 주무관은 "그렇게 안내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담당 주무관은 "1인 1개소법에 의해, 허가가 났을 당시 봉직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개설 허가를)신청할 당시부터 자격이 되는지를 확인한다. 신청 당시, 봉직의 신분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계속 이렇게 안내를 해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관련한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도 같은 내용을 문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허가 당시 사표를 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설 허가가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사표 먼저 내라고 하면 안 됐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1인 1개소법은 개설 허가 후 개설된 병원과 다른 병원을 동시에 진료하지 않으면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보건소와 전혀 다른 대답이다. 개설 희망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밖에 없다.

제용진 원장은 "허가도 나지 않은 병원에서 일하려는 간호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허가가 난 시점부터 지금 다니는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하지만, 서구보건소는 간호사 역시 신청 시점에 무직 상태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개설자뿐 아니라, 간호사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 간호사가 인천 서구보건소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다니고 있던 병원을 그만뒀다면, 간호사 역시 현재 실직자가 됐을 것이다.

'1인 1개소법'은 최초에 무자격자 진료를 막기 위한 취지로 제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규제로 작용했다.

'엇갈리고 있는' 법령 해석은 더 많은 사례가 나오기 전에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무자격자의 진료를 막기 위함이라는 법령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 전 사표'가 반드시 '필수 조건'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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