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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전공의 11개월 당직비 5천만원 지급하라"
法 "전공의 11개월 당직비 5천만원 지급하라"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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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원주지원, 당직비 소송서 전공의 '손'

전공의에게 당직비(가산임금)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민사부는 최근 A씨가 광주지역 B수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가산임금 소송에서 당직비 5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광주지역 B수련병원에서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는 인턴으로, 2017년 3월부터는 레지던트로 근무했다.

인턴 10개월, 레지던트 1개월의 수련기간 동안 A씨는 정규 일과시간 외에 정규 당직근무·응급실 주간근무·응급실 야간근무 등을 이행했으며, 2016년 9월에는 주말을 제외한 11일 연속 야간 당직을 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가 수령한 초과근무수당은 총 618만원. 이는 월평균 48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A씨는 결국 2017년 8월 병원을 상대로 가산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가 11개월 동안 일한 초과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가산임금을 총 5768만 7990원으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B수련병원이 이미 지급한 618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5150만 7990원을 A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전공의의 당직근무를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전공의의 당직근무는 정규 일과시간의 업무와 동일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노동 밀도 또한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수련병원 측은 "당직근무가 전체적으로 노동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성 업무에 불과하므로 이에 대해 별도로 근로기준법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는 야간 당직근무 중에도 피고 병원의 통제를 받아 진료업무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고,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도 없었다"면서 "야간 내지 휴일 당직근무 중에는 해당과의 전문의 없이 전공의들만 근무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진료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부담감이나 근무 강도가 더 가중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B수련병원 측은 "공립병원 소속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립병원 소속이더라도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나 피고 병원의 수련규정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원고의 임용 주체 및 절차 등에 비추어, 원고를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해당 근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가산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2월, C씨가 인천소재 D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가산임금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과는 달리 가산임금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직근무를 했더라도 통상의 주간 업무와 비슷한 정도의 노무를 제공한 경우에는 가산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단순한 대기·감시 수준인 경우에는 가산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2011년 4월∼2013년 3월까지 D의료법인 수련병원 전공의로 근무한 C씨는 매월 평균 28일간 당직근무(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를 했음에도 D수련병원은 매월 70만 원만 지급했을 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가산임금(시간외·야간·휴일 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며 1억 1698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수련병원은 2012년 10월경부터 전공의들에게 매월 급여 외에 당직수당으로 70만 원을 지급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숙·일직에 관한 대법원 판례(93다46254)를 인용,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 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산임금 지급을 인정한 또 다른 대법원 판례(94다14742)를 들어 "이때에도 실제의 당직근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되었다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 있는 진료업무 등을 수행한 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엇갈린 판례를 소개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특히 전공의 당직 근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2006다41990)를 들어 "수련기간 중 상당한 일수의 당직근무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 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할 것"이라며 "당직과 관련한 D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내규에, 부서장의 허가 없이 당직자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당직 전공의는 당직 장소를 임의로 이탈할 수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 점에 비추어, 당직 근무시간 중 상당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의 지휘·감독이 미치는 대기시간으로 평가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A전공의 가산임금 소송을 지원한 성경화 변호사(법률사무소 도윤, 대한전공의협의회 고문변호사)는 "전공의가 수행한 당직 근로의 구체적인 내용이 의무기록 등에 시간별로 기록된 경우에만 가산임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종전의 판결들과는 달리, 당직표와 업무기록, 인수인계표, 전공의의 증언 등 종합적인 사정을 통해 당직근무를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성 변호사는 "그동안 대전협을 통해 진행한 당직비 소송에서 병원이 전공의에게 당직비 상당의 금액을 지급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는 법원 조정에 의한 것으로 일종의 합의의 형태이며 판결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희회장은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할 생각만 하는 병원이 아직도 있다"며 "왜곡된 의료체계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병원 경영진은 더 이상 비겁한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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