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와 경혈 두드리기, 국수주의적 이중 잣대
인보사와 경혈 두드리기, 국수주의적 이중 잣대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가정의학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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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2019년 4월 '인보사'의 판매가 중단되고, 7월에는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2017년 세계최초로 허가받은 골관절염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로써,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던 의약품이었기에 그 파장은 컸다. 

아직 수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2017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첫 심의 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던 약이, 두 달 만에 열린 두 번째 심의에서 쉽게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의혹을 살만하다. 두 번째 회의때는 첫 회의 때 반려 의견을 낸 사람들이 교체됐다고 한다. 

2019년 6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환자(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서 '감정자유기법(경혈두드리기)'이 부정적 감정 해소 등에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및 약사회 등 전문가 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근거로 제시된 논문은 미국과 영국에서 수행된 50여명 정도에 대한 연구라고 하는데, 연구 탈락자가 많아서 최종 단계에서는 11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경혈두드리기의 시술 방법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를 3번 반복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동공운동을 하는 것이라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기전을 유추조차 할 수 없으니 주술이나 최면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인다.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의 허가, 그리고 보험급여는 매우 까다롭고 명확한 근거와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으로 1년 반 동안 다국적 제약기업에서 임상연구와 의학자문역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전임상부터 임상 3∼4상까지 가는 약품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가지만 실제 많은 약품들은 중간에 개발이 중단되고, 살아남는 약 몇 개가 삼성전자 사이즈의 기업을 먹여 살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조금 쉽게 모든 것이 허가되고 판매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의료진과 환자의 입장은 다르다. 차라리 신약 접근성을 조금 떨어뜨리더라도, 효과 없거나 위험한 약이 시장에 함부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의료기술 평가와 보험 등재는 또 다른 하나의 관문이다. 건강 보험은 사회보험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해당 약제나 기술에 대한 경제적 효용성도 입증돼야 꼭 필요한 곳 위주로 급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좌절의 고배를 마신다. 허가나 보험적용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R&D와 임상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사업이 철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 들도 허가된 제품은 거의 없고, 아직 급여를 적용받은 것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왜 인보사나 경혈두드리기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을까? 나는 이 나라에 만연한 민족주의, 국수주의를 주요 원인으로 본다. 

인보사에 대한 식약처의 무리한 허가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 정부 때 한 100억 원의 R&D 자금이 인보사에 지원됐는데, '세계 최초의 유전자 세포치료제'라는 가시적 성과와 산업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식약처가 허가를 허술하게 시행했다는 것이다. 인보사 뿐이 아니라 '하티셀그램-AMI'라는 급성 심근 경색환자에서 사용하는 줄기세포치료제는 2011년 단 80명의 임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식약처가 '세계최초 줄기세포치료제'라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무리한 심사를 했다는 전언이다. 

한의학 자체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근거 중심, 과학중심 의학의 Paradigm과 맞지 않는다. 정부가 걸핏하면 이야기하는 OECD국가중에, 수백 년 전 고서에 근거해서 치료를 할 수 있고, 의료인이 개별적으로 약을 만들어 처방이 가능하게 되어있는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 조상들의 건강에 대한 지혜' 같은 입증될 수 없는 믿음에 국민들의 건강을 노출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부의 추나 급여화나 한방 난임산업 추진 등은, 의과계의 각종 행위나 사업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들고 나오는 것에 비해 의아할 정도이다.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정부의 민족주의-국수주의적성향, 그리고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들고 나왔을 때, 저지를 표명한 의협과 달리 적극 지지선언을 한 한의협에 대한 일종의 보은 때문은 아닐까? 

한국에서 만든 기술이나 의약품이라고 해서 낮게 보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한의학에서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비하하거나 배척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식약처 허가나, 신의료 기술평가, 보험 등재의 근본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유효한, 기록 비용 효과적인 의료행위가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제 행위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면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 판단 기준은 과학에 근거해야지, 그 약이나 기술의 기원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일본인지 같은 것이 고려사항이 돼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민족주의, 국수주의가 심사과정에 끼어드는 식이라면, 규제 자체에 대한 정당성 자체가 훼손될 것이며, 식약처와 보건의료연구원은 과학과 근거에 기반한 규제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그냥 정치적 목적에 의해 휘둘리는 기관일 뿐이라는 자인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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