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장맛비 굵게 내리는
오리백숙집 마당
손님들이 세워놓은 승용차들 틈에
어색하게 트럭 하나 삐죽 서 있다
방금 점심을 마친 젊은 부부와 아이 둘
좁은 트럭 앞 칸에 모두 오른다
긴 장마에 일거리 떨어진 아빠가
빗속에 일 못 가는 대신
아이들을 모두 싣고
모처럼 외식하러 나왔을 것이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쭉쭉 발며
맛있게 오리고기를 물었을 것이고
엄마는 열심히 살을 발랐을 것이다
한 번씩 큰 살점은 아이들 모르게
슬쩍 아빠 앞에 놓았을 것이다
잠시 동안 아빠는 살아갈 걱정 대신
세찬 빗줄기 속 쑥쑥 솟아오르는
푸른 죽순 같은 아이들을 보고
고기를 먹지 않아도 배불렀을 것이다
긴 장마 뒤에 숨어 있는
쨍쨍한 햇살을 보았을 것이다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의대졸. 안과전문의. 201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천국아파트 등 시집 출간. 2013년 귀향, 강릉솔빛안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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