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국고 1조원 늘리자는 보건당국...그래봐야 미달
건보 국고 1조원 늘리자는 보건당국...그래봐야 미달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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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케어 무색' 건보 국고지원율,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낮아
올해 목표치 보험료 예상수입 14% 달성? 법정 기준 못 미쳐
더불어민주당 윤일규·김정우 의원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윤일규·김정우 의원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규모가 내년에도 법정 기준을 맞추지 못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예산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고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1조원 가량 증액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치' 자체가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같은 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우 의원과 공동으로 23일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건보 국고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법에 정한 국고지원 비율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 국고지원 현실화 요구는 수년 간 있어왔으나, 올해는 그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문케어의 시행으로 건강보험 재정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그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가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높았다.

토론회를 마련한 윤일규 의원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재정 운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지급계획과 함께, 재정적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며 "보장성 강화에 맞춰 그에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에 20년간 몸담았던 공무원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정우 의원은 "기재부는 국가예산이 한정적이라는 이유로 예산배정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나 결국 인식의 차이이고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당시 (문케어를 포함한) 사회공약도 검토했고, 국고지원 부분도 살펴봤다"고 밝힌 김 의원은 "국고지원 확대를 위해 여당 기재위 간사로서 재정당국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사진 오른쪽)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준조세 성격의 강제보험으로,  국고지원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비용은 최소화하고 서비스는 최상으로 유지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신문

국고지원 확대 문제에는 가입자와 공급자 등 이해관계자간 입장 차도 따로 없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유재길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이 현재 20조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가난하고 아픈 국민이 병원을 못하서 생긴 생계형 흑자"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건강보험료율을 3.49% 올리면서도, 건보 국고지원은 오히려 전정권들보다 하향지원 하고 있다. 돈은 국민이 내고 생색은 정부와 대통령이 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형선 연세의대 보건행정학회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건보재정 전체 수입에서 국고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6%, 2017년 11.7%, 2018년(추정치) 11.4%로 박근혜 정부 12.3∼13.3%, 이명박 정부 13∼14.3%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상의료비 재원 가운데 공공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은 편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공재원비율은 59.8%로 OECD 평균인 73.6%, 사회보험형 국가의 평균 72.9%를 크게 밑돌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는 "정부의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기획이사는 "의료를 전적으로 사적영역으로 인정한다면 국고지원은 불필요하겠으나, 정부는 의료정책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나라 건강보험 역시 준조세 성격을 가지는 강제보험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의 의료·건강보험체계에서) 국고지원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기재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건강보험을 보험료로만 운영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의료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리하는 시각을 달리하는 이중 잣대"라고 꼬집은 박 기획이사는 "이는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지만, 비용은 최소화하고 서비스는 최상으로 유지하려는 모순에서 비롯한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신문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발제자료 중 건강보험 재정 수입 구성. 건보재정 전체 수입에서 국고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시절 2016년 12.6%, 2017년 11.7%, 2018년(추정치) 11.4%로 박근혜 정부(2012년~2014년) 12.3∼13.3%, 이명박 정부(2010~2011년, 일부 인용) 13∼14.3%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고지원 확대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근 언론인터뷰를 인용해 '절대액 1조원 증액, 보험료 예상수입의 14% 달성'을 내년 국고지원금 확보 목표치로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은 정부로 하여금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에서, 6%는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을 시행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정부는 문케어를 핵심 국가 보건의료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도 올해 건보 국고지원금 규모를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3.6%로 책정했다. 절대액은 전년도보다 7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법정 기준에는 턱 없이 미달된다.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내년 목표치도 법정 기준인 2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예산당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 현재로서는 확답하기가 어렵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국고지원 확대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현재 예산당국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다만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달성하자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예산이 1조원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고지원 현실화의 키(KEY)는 결국 예산당국이 쥐고 있는 셈인데, 기재부 당국자는 이날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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