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보험, 의료정책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우리나라 의료보험, 의료정책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 진광준 원장(서울시 광진구·진광준외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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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세대, 의료보험제도·의료정책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합의
"저수가·심평의학 이대론 안 돼...후배세대 위해 힘 합쳐 바꿔야"
진광준 원장(서울시 광진구·진광준외과의원) ⓒ의협신문
진광준 원장(서울시 광진구·진광준외과의원) ⓒ의협신문

필자는 1955년생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1년차이며,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마지막 년차이다. 1956년생부터 중학교 입학을 추첨으로, 고교는 1957년생이 시험을 치른 마지막 연차다.

초등학교 시절, 의사는 모두 수술할 수 있다고 알았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의대에 지원하면서 '외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질환을 아는 내과 의사이면서 수술도 할 수 있는 의사(외과 의사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가 되기로 정했다.

외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길 잘했다고 자찬하면서 고된 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았다. 전문의 수료 후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에서 3년간 군의관 복무를 했다.

군의관 전역 후 대학에 남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연천군에 개원했다. 3년간 연천군에서 군의관 복무를 하다 보니 지역 유지들이 연천에 개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연천군민이 5만 명에 달했지만 전문의는 전혀 없고, 한지의사(의사를 도와 조수 일을 하면서 도제식으로 의술을 배운 이들로 도 위생과에서 주관한 한지의사시험을 통과하면 일정한 지역 내에서만 개업하도록 허가) 몇명이 있어 조금 특별한 의료 문제가 발생하면 의정부나 서울로 후송해야 했다. 

꿈에 그리던 '수술하는 내과 의사'를 연천군에서 시작했다. 24시간 진료하는 생활은 10년 동안 이어졌다.

바로 이때가 전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하는 시기였다. 1989년 의료재정도 없이 전국민의료보험을 시작해서인지 1990년 12월에 청구한 진료비는 13개월만인 1992년 1월에 나왔다. 그래도 환자가 많아 20병상에 28명에 달하는 직원의 월급을 제 때에 주면서 꾸려 갈 수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5000달러도 안 됐다. 혹자는 그래서 의료보험 수가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수술 code가 없는 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수가 책자 맨 앞을 보면 수술 code가 없으면 난이도가 비슷한 code로 청구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수술 code가 없어 난이도가 비슷한 code로 청구했더니 의료보험연합회는 '심평의학'을 내세워 삭감했다. 당시에는 종이로 진료비를 청구했다. 두툼한 청구용지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급한 병원은 직접 청구용지를 들고 서울 마포에 있는 의료보험연합회에 가서 접수했다.

삭감을 당한 직후 의료보험연합회에 찾아갔다. "내가 수술하고 청구한 이 내용 누가 깎아내렸나?", "당신들 이 수술 해 보았어?"라고 따졌다. "절대로 엉터리 청구나 허위청구는 안 한다"고 항변했다. 대답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거짓말 같지만, 그 후론 청구하면 삭감 '0'였다. 

의료보험 시행 전에 정부도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았을 것이다. 그때 그 일에 참한 선배 의사들이 열심히 보험제도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해서 의료수가를 제대로 정하고, 항목을 자세히 정리해 정부와 조율하지 않은 점을 짚고 싶다.

당시 의료보험제도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연구도 하지 않은 채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합의해 준 바람에 지금의 저수가와 심평의학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시대의 선배 세대의 나이가 됐다. 선배(물론 모두는 아닐 것이다) 세대와는 달리 후배들을 위해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100원짜리를 100% 인상해 봐야 100원이 오른다. 1만 원 짜리를 1% 인상하면 100원이 오른다. 수가협상에서 더 이상 몇 %를 놓고 장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1981년 당시 인턴 월급이 32만 원이었고, 충수절제술이 7만 원 내외였다. 현재 인턴 월급이 300만 원이므로 충수절제술은 70만 원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행위별 수가에 의한 충수절제술은 28만 원 정도다. 그것도 의사의 업무량만 계산하면 6만 원에 불과하다.

모두 힘을 합치고, 지혜를 짜서 제대로 된 의료정책과 의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13만 의사 회원들이 나서야 한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정부에 외과계 수술 수가 정상화·의료전달체계 확립·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정부에 외과계 수술 수가 정상화·의료전달체계 확립·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전국 의사 총파업으로 의료개혁 반드시 완수하자"고 결기를 다졌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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