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로 부당청구 명백하면 업무정지처분 적법
'속임수'로 부당청구 명백하면 업무정지처분 적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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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고한도 처분 재량권 일탈·남용 아냐...'속임수'는 감경배제 사유 안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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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로부터 '30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료법인이 1심 재판에서 행정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해 위법이라는 이유로 소송에서 이겼으나, 2심 재판에서는 패소했다.

이 판결은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업무정지처분)을 할 때 재량권을 행사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에서는 감경배제 사유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수급권자, 부양의무자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청구를 한 것이면 모든 감경배제 사유에 해당해 감경하지 않도록 한 것.

1심 재판부는 업무정지처분 시 재량권을 행사해 처분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감경배제 사유인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원고는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이자 의료급여법상의 의료급여기관인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이 사건 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현지조사 의뢰를 받아 이 사건 병원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의 적정 청구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2014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했다.

현지조사결과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제 산정기준 위반청구(요양급여비용 4947만 300원, 의료급여비용 2174만 4360원) ▲본인부담금 과다징수(요양급여비용 99만원, 의료급여비용 37만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 병원에 근무하는 의무기록사가 동일 건물 내 다른 요양기관인 A병원의 원무행정실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접수 및 수납업무 등을 병행해 필요인력으로 산정할 수 없음에도 요양병원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금액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

또 공기순환펌프 사용료는 입원료(병원관리료)에 포함되고 퇴원 시 대여할 경우에는 실비로 환자가 부담하게 돼 있는데, 입원 중인 수진자들에게 공기순환펌프를 제공하고 입원료에 포함된 공기순환펌프 사용료를 월 1만원씩 별도로 받았다.

이런 현지조사 사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요양기관에 대해 30일 업무정지처분을 했고,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해 요양병원에 대해 30일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또 건보공단은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과 같은 사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해 요양급여비용 5032만 2750원의 실사의료비 환수결정통보처분을 하고, 담당 지자체도 요양병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을 사유로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에 근거해 의료급여비용 2211만 4270원의 부당이득금징수결정통보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기관·요양병원 업무정지처분 및 요양·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이 사건 현지조사의 대상이 아닌 A병원의 전산자료(수납내역)를 다운로드한 후 뒤늦게 원고에게 A병원에 대한 사건 자료 제출명령서를 제시했고,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당시 허위진술을 유도하기 위해 이 사건 병원의 직원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자행하는 등 절차적 위법성이 있어 각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무기록사는 A병원의 접수·수납업무를 일회적으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병원이 의무기록사를 A병원과 공동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밖에 각 업무정지처분과 환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현지조사가 개시된 시점에서 A병원의 전산자료를 즉시 확보하지 못할 경우 현지조사의 실효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어 A병원의 전산자료를 먼저 다운로드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원고에게 A병원 전산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서를 교부한 후에는 의무기록사가 A병원에서 접수한 내역은 모두 삭제됐다"며 "현지조사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고시 등에서 다른 요양기관의 인력을 공동으로 이용할 경우 별도 보상제를 규정하고 있음으로,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않고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제 산정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무기록사는 A병원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수·수납·업무를 수십 회 수행한 내역이 드러났다"며 일회적으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만 위법하고, 나머지는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속임수를 통해 부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약 5000만원으로 상당히 큰 액수이고, 2분기에 걸쳐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낭비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최고한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봤다.
보건복지부는 처분기준 및 감경기준을 최고한도가 아니라 기준대로 처분했어야 하고, 감경기준에 해당할 경우 기준의 2분의 1을 감경해 처분한다는 내용으로 법을 해석한다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최고한도로만 처분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부당이득금 환수 규정은 잘못 지급된 돈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목적에서 내리는 처분이므로 징수처분은 재량행위가 아니라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의 이런 판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30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및 원고에 대한 과징금 1억 5135만 3660원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원고는 소송 중 '3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과징금 1억 5135만 3660원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부대항소를 함) 해달라고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병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3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재판과 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에 대한 판단은 1심 판결(1심서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단)과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피고가 '속임수'에 이를 정도의 부당청구인지 등 감경 사유의 존재 여부 및 감경의 필요성을 검토해 재량권을 행사했다면, 그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즉, 이 사건 병원이 '속임수'를 사용해 부당청구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고, 이런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 범위 내라는 것.

이로써 이 사건 병원에 대한 피고의 행정처분은 모두 적법한 것으로 판결 났다.

<관계 법령>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①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업무정지)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1.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ㆍ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 의료급여법 제23조(부당이득의 징수)
①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를 받은 사람 또는 급여비용을 받은 의료급여기관에 대하여는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한다.
* 구의료급여법 제28조(의료급여기관의 업무정지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급여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의료급여기관의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1.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수급권자, 부양의무자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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