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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이제는 뭉쳐야 할 때이다
이제는 뭉쳐야 할 때이다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desk@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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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13만 의사 강력한, 하나 되는 힘 필요한 이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의협신문

의과대학에 입학, 의료계에 입문한 지 어느덧 4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본의 아니게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새로운 세대인 후배 의사들을 배려하기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위치에 서 있다.

어떠한 자리를 맡고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것은 그에 따른 철저한 책임과 의무를 지는 일이기도 하다. 의료계의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설레는 마음과  기대와 희망보다는 걱정과 안타까움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30년 전 선배 의사 세대와 의료계 상황을 반추해 보면, 의사들의 모임체나 투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소위 좋았던 시절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원이나, 준종합병원, 대학병원 모두 호황을 누렸다. 대부분의 의사는 전문가로 존경과 부를 누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물론 그때 의사의 호칭은 당연히 '의사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세대 만에 선생님이란 호칭이 없어지고, 비속어가 붙는 직업군으로 전락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따져보면 첫째, 사회가 고도화되고 선진화되어 의사집단 못지않은 전문가 집단이 늘어났다. 과거 197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는 유학이라는 단어는 극소수 층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사보다 질적·양적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한 집단이 늘어났다. 

둘째, 인터넷과 SNS의 확산으로 누구나 의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과거엔 집 앞에 있는 동네의원 원장이 지어주는 약과 주사가 만병통치약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000 교수가 해외 학술지에 어떤 논문을 썼으며, 어떤 진료를 잘 하는가라는 사실을 알아낼 정도로 환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늘어났다. 환자들의 병을 최 일선에서 돌봐주고, 신경 써 줄 사람은 여전히 집 앞 동네의원 원장이라는 사실은 간과한 채 말이다.

셋째, 보건 내지는 보건의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의사 못지않게 많은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옛날로 치면 과거시험에 급제한 이들은 적어도 의사들을 위한 정책보다는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디테일에 있다. 과연 그들이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을 내린 경험이 있는지, 입원이나 수술 시에 환자나 보호자와 함께 눈물 을 흘리면서 고민해 보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전문가로서 한 명의 의사로 활동하기까지 그만큼의 노력과 피눈물이 숨어 있음을 꼭 알려드리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할 수 있는 직업군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열심히 공부하고, 청춘의 대부분을 투자하여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하겠는가?

의사가 사회에서 존경받고 대우를 받는 것은 이미 한 세대 전에 지나간 상황이다. 의료 전문가로서 직업적 정체성이 흔들리고,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집단의 강력한 조직과 단결이 필요한 시기이다. 의사만을 위한 배타적 조직이 아닌 전문직업인으로서 사회 안에서 위상을 단단히 할 수 있는 강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힘에 휘둘리는 노예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결된 힘으로 후배 의사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존경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선배 의사로서, 스승으로서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의사들이 하나된 힘으로 결속하고, 단합한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법안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물론 다른 전문가 집단과 상의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의 뜻을 모아 사회적 책무를 완수할 수 있는 강력한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적 사명이요, 미래를 위한 선배 의사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전문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전문가집단으로 인정받는 그 날을 위해 노력하는 미약하지만 하나의 썩어가는 밀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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