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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디즘, "길위의 삶을 그리다"
노마디즘, "길위의 삶을 그리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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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 '놓아라'전…'떠남과 머묾' 주제
9월 15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2층에서 열려
'여인의 마을 : 녹색의 전령사들' / 2003∼2019, 210×277cm / 나무판에 아크릴·오일 바·collage·네온.떠나면 돌아오고 돌아오면 떠난다. 인간의 노마드적 DNA인가? 歸去來사인가? 작업장 주변의 여인들이 아름답다. 어머니 시대의 모습도 남아 있고…. 분주하게 전원의 삶을 일구는 여인들, 그녀들은 신으로부터 '생명성'을 전파하라는 밀령을 받은 아름다운 전령사 같다.
'여인의 마을 : 녹색의 전령사들' / 2003∼2019, 210×277cm / 나무판에 아크릴·오일 바·collage·네온.떠나면 돌아오고 돌아오면 떠난다. 인간의 노마드적 DNA인가? 歸去來사인가? 작업장 주변의 여인들이 아름답다. 어머니 시대의 모습도 남아 있고…. 분주하게 전원의 삶을 일구는 여인들, 그녀들은 신으로부터 '생명성'을 전파하라는 밀령을 받은 아름다운 전령사 같다.

오는 9월 15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김주영 작가(1948년생) '놓아라'전이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김주영 작가의 '떠남과 머묾'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한 김주영 작가는 지난 2005년 귀국한 이후로 충북 오창의 작업실에서부터 현재 경기도 안성 분토골의 작업실까지 '노마디즘(Nomadism)' 세계관을 표방하는 작업 작가로 알려졌다.

갤러리는 오창의 폐허 황토농가에서 수집한 잔재와 쓰레기, 고도의 세련된 문명을 외면한 옛 방앗간의 부품 등 작가가 기록하고 발견한 재료들을 오브제로 사용해 붙이거나 그린 작품 '그땐 그랬지'·'어느 가족 이야기'·'방앗간 쌀의 영혼' 등을 선보인다.

또 '밤의 심연'으로 대표되는 캔버스 틀을 벗어난 대형 작품들과 함께 김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들을 고착시킨 '기억상자 시리즈'와 영상작품 '시베리아, 시베리아' 등을 통해 유랑의 현장에서 얻은 흔적들을 회상하는 '노마디즘(Nomadism)'적 사유의 공간으로 꾸며냈다.

 

'방앗간 추억' / 350×200×150cm / 옛 방앗간 레디메이드·거울·쌀.분토골 들어오는 입구에 오래된 폐허의 방앗간이 있다. 금방 무너질 듯한 부서진 천정을 떠바치고 있는 방아찧던 구조물들, 그 일부를 재구성하고 쌀 한줌 올리니 신성한 옛추억이 되살아 난다.
'방앗간 추억' / 350×200×150cm / 옛 방앗간 레디메이드·거울·쌀.분토골 들어오는 입구에 오래된 폐허의 방앗간이 있다. 금방 무너질 듯한 부서진 천정을 떠바치고 있는 방아찧던 구조물들, 그 일부를 재구성하고 쌀 한줌 올리니 신성한 옛추억이 되살아 난다.

 

언제부터인가 떠나고 싶었다. 이탈! 얼마나 후련한가. 진천을 떠나 청주로, 서울로 그리고 파리로….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파리를 탈출하고 싶었다. 그 고도의 문명이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사회 시스템의 감옥을 탈출하고 싶었다. 누가 날 족쇄 채워 놓은 것도 아닌데…. 카프카의 벽인가. 절대 감옥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노마디즘이란 이탈이다. 탈주다. '여기'로부터 도망가는 거다.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하는 세계, 여기로부터 탈주하는 것이다. 21세기 유행하는 복잡해진 사유의 리좀(rhizome)? 그런 류의 유행이 아니냐고 비아냥 받을지도 모른다. 좋은 환경을 만난 바이러스 같이 나는 예술을  놓아두고 싶다. 끝없이 예술이라는 울타리에서 도망가도록…. '신 노마드(neo-nomade)'라고 어떤이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한참 도망(이탈)치다 돌아보니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미술관이란 벽 안이다. 굴레가 아닌가. 오늘의 문화적 양상 앞에 얼핏 물리적(지리적) 정신적 '떠돌이' 그러나 탈주라기보다 제도적 굴레에 빠진 가련한 개미 같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도, 4각의 벽에 갇혀도  메아리가 벽에, 부디칠 뿐이다. 그런 자신의 미로(미궁, Labirinth)에서 헤어나기 위해  너른 들판에 다시 '황토 집'을 짓겠다. 군더더기 관계망을 모두 떨쳐버리고 허공에 소리치겠다.       - 작가 김주영

김주영 작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노마디즘(Nomadism)'이란 무엇일까?

흔히 사전적인 의미의 '노마디즘(Nomadism)'이란 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노마드, Nomad)에서 나온 말이다. 유목주의라고도 한다.

김주영 작가는 2016년 저술한 <예술가의 책 II, 노마드 서사nomadisme narratif>를 통해 "예술이 이런 거라고 우긴다. 또는 저런 거라고 우긴다. 가는 데까지 가다 뒤돌아보니 사람들이 그건 예술이 아니라고 한다. 예술사의 맥락에서, 그 공개념 속에서 멀리 너무 멀리 이탈하고 있었던 것이다"라며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찬 아틀리에의 작품들을 비집고 들어와서 사람들이 '작품 좀 보여주세요'하면 나는 깜짝 놀라 난감해지곤 한다. '이미 알려진 어떤 형식을 취할 때 예술은 미술사에 편입된 하나의 장르일 뿐이다'라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다 망쳐 놓고 있어! 이 말은 내가 한 예술이 어느 장르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원미술 작가의 변이다"라는 자기 고백을 한다. 

한편, 2017년 2월 인터뷰에서는 "노마디즘적 사유란 내게 우울이고 흥취고 놀이다. 또 전적으로 이질적인 타자의 땅으로 떠나 돌아올 기약 없는 여행이다"라며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작업을 마주하는 솔직한 인간적 내면을 밝히기도 했다.

'노마디즘(Nomadism)'….

마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한 등선위에 점점이 찍힌 발자욱이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고난스러운 심정이 가슴 한켠에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삶과 예술이 일치되는 작가의 긴 행적과 여로 그리고 성찰, '노마디즘(Nomadism)'…. 

이번 전시는 그렇게 준비됐다고 한다.

▶김주영 작가는 194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진천과 청주에서 학창시절(청주여자고등학교)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6년 프랑스 파리에 유학해 파리 제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 볼가 아틀리에를 거쳐 프랑스 문화성이 제공하는 세잔 아틀리에의 영구 레지던스 작가로 입주했다. 1988년 인도행을 시작으로 해 몽골·티베트·일본·유럽·한국 DMZ 등지에서 '노마디즘(Nomadism)' 컨셉트의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현장 작업을 주로 해왔다. 201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정년퇴임하고 현재 경기도 안성 분토골에서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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