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이 국회서 '1인 시위' 하는 이유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이 국회서 '1인 시위' 하는 이유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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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떨어져 환자 안전 위협...의사 충원 요구, 매번 묵살"
식약처 '관료주의' 풍토도 비판..."전문성 높여 발전했으면..."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 전문의)이 18일 국회 앞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사인력 충원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의협신문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 18일 국회 앞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사인력 충원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의협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임상시험 심사를 담당하는 현직 임상심사위원이 무더운 날씨에도 국회 앞에서 식약처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의사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주인공은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임상시험계획서 심사 ▲임상시험 안전성 정보 검토 ▲임상결과 보고서 자문 등을 맡고 있다. 식약처에서 일한지는 2년 2개월째다.

18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앞으로 2주 더, 매주 목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강 위원은 "식약처에 와 보니 의약품과 의료기기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는 전문가인 의사가 맡아야 하지만,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전문인력 특히 의사를 확보하면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 정보를 충분히 생성할 수 있다. 의사 전문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기다리라고만 하는 답변이 매년 반복됐다. 환자 안전 문제를 예산 때문에 미루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마지막 방법으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강 위원은 "미국 FDA에서 의약품 임상시험 심사 업무를 하는 의사는 500명에 달하고, 중국 식약처는 최근 3년 새 700명의 의사를 채용한 반면에 우리나라 식약처의 의사 정원은 19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현재 1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2∼3명은 육아휴직 등으로 휴직인 상태여서 10여 명이 연간 700건의 임상시험과 주요 변경계획서 심사 등 1000여건 정도를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검토량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적어도 49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의사 수 부족으로 (임상시험 심사 시에 필요한) 안전성 정보 생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강 위원은 "임상시험계획서 검토량이 너무 많아, 임상시험 승인 후 중대한 약물반응이상 등 안전성 검토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의약품 허가 여부 결정과 특히 허가 후 의약품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의사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의사 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고 탄식했다.

특히 "의약품 임상 심사 시 'DSUR(The 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개발 중인 약의 정기적인 안전성 정보)'와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 시판 중인 약의 정기적인 안전성 정보)'를 수집·검토해야 하는 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의약품 임상시험 중 또는 시판 후 안전성 정보는 외국 것을 참고한다. 국내에선 의약품 허가 후 광범위한 안전성 정보 검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되는 안전성 정보가 매우 적다. 결국 국민 안전 관련 정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식약처에서 의사 심사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가 적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최근 연봉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채용 노력은 너무 소극적이다. 식약처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이 전부다. 최근 의사포털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려 지원자가 늘어 골라서 채용하고 있다. 채용공고를 의사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에 올리면 지원자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부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약품 심사업무에 외부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은 반대한다. 상업적 연관성이 있어서 중립을 지키기 힘들다. 식약처가 특정 제약회사나 병원과 이익관계가 없이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해 심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경험도 들려줬다.

"심사 업무 중 지극히 작은 부분인 희귀의약품 적응증 추가 심사를 한적이 있는데, 심사 결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서 적응증 추가를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회사 과장이 찾아오더니, 나중에는 상무, 그 후에는 글로벌 본사 상무가 차례로 와서 면담을 신청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미국 FDA에서 승인했는데 왜 승인해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지속해서 찾아와서 압박을 가했다. 결국 끝까지 반대해 적응증을 추가되지 않았다"고 했다.

식약처 내부의 관료주의적 성향도 비판했다.

"식약처가 의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의사들이 제안하면 받아들여서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데,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를 너무 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FDA는 허가 업무에도 의사를 많이 투입하고, 허가 여부 결정이 어려울 때 의사가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 식약처에서는 의약품 허가 업무에 의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시판 후 모니터링에도 의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인사 불이익에 대한 반발로 1인 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주 식약처 업무평가에서 62점(양)을 받았다. 평가 사유는 '열정과 책임감을 훌륭하지만 내부 문제를 외부 힘을 빌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면서 "근무성적에 관심 없다. 인사에 불이익을 당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는 계약직이다. 사직하고 병원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두고 사직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져 식약처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식약처를 떠나도 괜찮다"면서 "개인적으로 질관리에 관심이 많다. 평소에는 의사가 있거나 없거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차이는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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