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미래의료'
  • 정지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소아과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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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소아과학교실)
정지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소아과학교실)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미래의료'라는 단어이다. 한동안은 '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미래'라는 문구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간단하게 단어 하나로 굳어진 듯하다.

필자는 이 단어 하나를 두고 다시 한 번 깊게 생각을 해본다. 이 단어가 가진 의미가 첨단 의학, 생명연장, 질병정복, 의료강국,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같은 가슴 두근거리는 희망적인 뜻뿐일까? 거기에는 한국의 의료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한국의 의료 이대로 괜찮을까?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 있는 것일까? 희망찬 미래일까, 불안한 미래일까. 어떤 미래가 와도 매우 복잡한 상황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 의학 분야의 성공신화에 갇혀서 제대로 현실 파악도 못하고, 제대로 된 현실 분석도 못하고, 무작정 희망찬 미래만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체사상 프레임에 노예가 된 정치 지향형의 의사들이 꿈꾸는 사회주의 의료가 그들의 주장대로 모든 국민을 행복한 미래의료, 건강한 미래의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등한 미래의료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깊이 담겨 있기는 한 것인가? 혹시 나락으로 떨어진 최악의 상태를 걱정해 봐야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그런 우려가 현실적으로 체감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푸른 미래만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저 답답한 마음에 끊임없이 의문만 들고 있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요즘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해 나라가 들끓고 있다. 경제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니 우리도 불매운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세계 제일의 'IT 강국'이라 게거품 물던 인사들과 미디어들이 온갖 분석과 대책을 논의하지만 아베가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고통의 나날이 될 것이다.

이런 곤란한 처지에 빠지고 국가의 경제가 온통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원천 기술과 기초재료를 이 정부가 늘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 의존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기였다.

장기적으로 국제관계를 생각하고 국익을 논해야 할 사람들이 오로지 재집권을 위한 포퓰리즘, 타협을 모르는 편향된 정치관에 의해 일어난 위기가 아닌가?

우리가 의료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첨단 의료기구 중 국산은 과연 몇 퍼센트쯤일까? 남이 만든 기구를 이용해 임상 의료 분야만 기형적으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늘 턱도 없이 노벨상만 꿈꾸는…. 그 많은 MRI·CT·수술용 로봇·초음파기구 심지어 그 흔한 내시경까지 모두 수입 완제품들이다.

얼마 전 심장 수술재료가 떨어졌다고 난리가 났던 적도 있었다. 그것도 경제논리를 떠난 의료 정책의 근본적 실책으로부터 야기된 문제였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전면적 경제 전쟁이 발생해 일제 의료 기구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이 수입 다변화만 하면 해결될 문제일까?

그런 일이 발생할 때 대처할 처방은 정부가 마련해 본적이 있는가? 아니 한번 그런 상황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기초의학의 부재, 의사의 기본 수련 시간 축소, 돈은 적게 들이고 얻을 것은 최대화하자는 비윤리적 수준의 보건 정책 입안자, 정권 탈취와 유지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후안무치한 정치 철새·불법·탈법·비윤리적 의료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의사, 의료공급 체계가 무너진 것은 모르고 그저 의료 접근성이 쉬운 것을 즐기고 있는 국민. 이런 복합적 요인이 존재하는데 지금과 같은 무대책, 단순한 정치 논리로 과연 우리의 미래의료를 밝게 할 수 있을까?

불교에서 쓰는 용어에 '화두'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topic 또는 talking point다. 참 간단한 의미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그렇게 가볍게 쓰는 말은 아닌 듯싶다.

수행자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평생 가슴에 품고 풀어가는 실마리를 뜻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미래의료라는 말을 시대의 유행처럼 가벼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해본다. 의사가 살아남는 길이 깊이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인류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대한민국이 의료강국으로 남으려면 어떤 의료정책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의 1/5은 제대로 된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약 한 톨 구하기 힘든 형편에 놓여 있다. 얼굴 성형하고 몸매교정하고 피부 관리 잘 하는 것으로 의료강국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건 의료관광의 대상이다. 의료 관광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가난한 국가에 사는 부유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정도의 수익 밖에는 창출하지 못한다. 미래의료….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들판에 '그냥 가서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된 정예부대를 내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미래의료, 이 정부가 설계하는 의료의 미래는 밝은 미래가 아니다. 도탄에 빠진 국민이 그 끝에 서있다. 거기에 이르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아야하고, 풀어야 할 뒤엉킨 실타래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더 망가지고 뒤틀어질 실타래이다. 아직 우리는 아무도 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지난 50년 넘는 기간 동안 쌓은 의료계의 노력과 희생이 너무도 아깝고, 아프다. 사분오열 나뉘어 싸우지 말고 우리 모두의 뜻을 모아야 의료가 살아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본 예링의 말이 생각난다. '권리위에 잠자고 있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똑똑한 의료계는 너무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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