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업무상 과실치사 법정구속...의료현실 망각" 비판
의협 "업무상 과실치사 법정구속...의료현실 망각" 비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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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기반 의료행위 특수성 외면…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촉구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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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9일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 법정구속한 데 대해 "선한 의도로 이뤄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사건은 2016년 5월 3일 태아 사망으로 내원한 산모를 진료하면서 시작됐다. A산부인과 의사는 자궁내에서 사망한 사산아를 질식 분만하기 위해 양수파막 시술을 했으나,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 등으로 산모가 사망하면서 의료분쟁이 불거졌다.

대구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2018년 9월 18일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의사와 간호사가 산모의 생체 활력 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대구지방법원 2심 재판부는 지난 6월 27일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산모가 수술 이후 상당한 양의 출혈을 동반했으나 의료진이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의협은 "태반조기박리에 따른 징후와 증상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산모 환자의 경우 부검감정서 및 법정 진술을 통해 은폐형 태반조기박리로 판단돼 이에 의한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 자체가 매우 힘든 사안"이라며 "이런 의학적 판단에 기인해 1심 재판부에서 인정했듯이 산모 환자가 내원할 당시에 이미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다거나 그 증상이 발현돼 있었다고 단정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대다수 소송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환자의 증상이 확정적으로 태반조기박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로 인해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등 이 사건 1심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의협은 "2심 판결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함으로써 선한 의도로 이뤄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의료현실을 망각한 것은 물론 나아가 의료계의 앞날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지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분만 현장과 외과 수술 현장의 인프라 붕괴도 우려했다.

의협은 "이런 암울한 상황을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 더 나아가 우리나라 모든 의사는 결국 잠재적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의사들은 더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생사의 분초를 다투는 분만 현장과 외과 수술 현장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늘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의 특수성에 대한 법원의 인식 전환도 요청했다.

의협은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해결을 촉진하고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 보건환경과 국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의료분쟁특례법이 즉각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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