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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최대집 의협 회장 "최대집을 싫어하는 의사 회원께..."  
최대집 의협 회장 "최대집을 싫어하는 의사 회원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9.07.08 20:37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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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7일째 맞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아침 해가 떠오르면 아스팔트 위 단식장이 바닥부터 달궈진다.

옛 회관은 단수와 단전으로 기능을 멈춘지 1년이 지났다.

단식 4일째부터 회관 옆 건물의 수도를 빌려 마당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더위를 조금이나마 누그러트리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오후 12시가 되면 마당에 뿌린 물이 본격적으로 기화되면서 무덥고, 습한 공기가 돼 단식장으로 올라온다.

섭씨 45도. 습도 50%. 뒷덜미부터 목을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단식으로 줄어든 허리 탓에 최대집 회장은 옆으로 삐쳐 나오는 와이셔츠 끝자락을 손으로 연신 구겨 넣었다.

어제(7일) 부인이 세탁해 가져온 와이셔츠 3벌 중 한 벌이다. '이런 때(?)일수록 잘입어야 한다'며 빳빳하게 다려 보낸 와이셔츠지만 32사이즈짜리 바지와 줄어든 허리 사이에서 반나절도 안 돼 구겨졌다.

쇠약해지는 기력과 비례해 "의료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는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진다"는 최대집 의협 회장을 단식 7일째를 맞은 8일 만났다.

<일문일답>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단식은 처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흔히 단식 3, 4일차가 고비라고 하던데?
 
단식은 처음이다. 체질적으로 배고픈 걸 잘 견딘다. 다만 4일째부터 순간순간 어지러워 문제다. 뇌에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다 보니 방문한 사람과 얘기하거나 기자회견 할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도 먹고 있다. 기력이 없고 쇠약해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역시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때 이른 폭염 탓에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낮 천막 온도가 45도까지 올라간다.
 
예상하지 못한 폭염으로 땀깨나 흘렸다(가벼운 웃음). 배고픔보다 폭염이 더 힘들었다.

일과를 알고 싶다.
 
아침 8시쯤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물과 소금을 적당히 섭취한다. 첫 일정은 그날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면서 시작한다. 전날 밤까지 이어졌던 회의 결과도 보고받고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도 SNS 등을 통해 챙긴다. 의료계를 비롯해 지지하는 각계 분과 만나 현안을 얘기하다보면 어느덧 밤이 된다. 밤 11시까지 집행부와 틈틈이 회의도 하고 현안도 논의한다.
 
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한 단계 올리고 싶다고 했다.

의사가 총파업했을 때 전공의·개원의·교수·병원의사 등 전 직역의 50%가 참여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여러 파업 사례를 참고하면 참여율이 50%가 돼야 된다. 이를테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계치'같은 거다. 50%의 행동, 즉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략 한 집단의 80%가 투쟁 목표에 공감해야 한다.

이번 단식은 바로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이다. 올 하반기를 결정적인 투쟁의 시기로 보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기 매우 어렵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변화의 흐름을 한 번 만든 경험이 있다. 19년 지났다. 다시 한번 한국 의료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흐름을 만드는 데 동참해 주셔야 한다.

최근 들었던 소식 중 가장 기뻤던 것은?

이번엔 제대로 투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시도의사회나 의료계에서 올라오면 반갑고 고맙다. 그리고 최근 이슈 덕에 KMA TV 시청자가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성과가 있었다고 하니 기뻤다. 앞으로 더욱 KMA TV 활성화돼 회원은 물론 국민도 즐겨 시청했으면 좋겠다.(최대집 집행부가 KMA TV를 설립했다.)
  
가슴아팠거나 속상했던 소식은?
  
없다.
  
단식에 대한 폭발적인 호응이 없어 속상하거나 하지 않았나?
  
폭발적인 반응이 있으면 했다. 하지만 회장이 단식 한 번 했으니 회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현실적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이번 단식을 계기로 회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단결하는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으면 한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쟁이나 단식에 대한 이견도 나왔다.

어쩔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표출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회장은 (그런 의견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게는 뭐라고 좀 해야겠다. 의협 회장인 제가 단식하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13만 의사회원의 뜻을 대표해서 단식이라는 방법으로 사회를 향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단식을 통해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정부가 13만 의사의 뜻을 모아 의협 회장이 단식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대단히 잘못하는 것이다.
  
가족의 걱정이 클 것 같다.
  
아내가 걱정한다. 지난 일요일(7일) 아내와 아들이 새 와이셔츠하고 옷가지를 가지고 20여분 있다가 갔다. 결혼 전부터, 그리고 결혼 생활 10년 동안 평탄한 삶을 산적이 없다. 그런 점을 (아내가) 잘 이해해줘서 고맙다. 7살 된 아들도 오랜만에 봤다. 아들이 '집에 왜 이렇게 안와?'라고 묻더라.
   
왜 못 온다고 했나?
   
아들에게 아버지는 '맨날 바쁜 사람'이다. 지난 생일에는 '아빠는 왜 맨날 바빠요?'라고 적힌 생일축하 카드를 받았다. 가장 아빠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늦게 본 아들이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같이 뛰어다니며 놀아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
   
미안하다고 했나?
   
미안하다는 말은(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안 했다.
   
왜 안 했나?
   
할 일이 너무 많다. '농담반 진담반' 아들에게 "아빠처럼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아들은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일에 전념하고 여가를 즐기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쓸 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명과 운명이라는 게 있다고 믿는다. 나는 평범한 삶을 살 운명은 아닌 것 같다. 아들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한다.
   
아빠로서 스스로 몇 점을 줄 수 있나?
   
가족에게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기준으로 하면 50점도 안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보다 사회적인 대의, 공정성, 정의 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아버지로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아이가 크면 아버지는 그렇게 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계의 행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지자뿐 아니라 반대 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 최대집을 반대하는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정상적인 한국 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말에 반대하는 의사 회원은 없을 거다.

제가 요구하고 있는 것, 단식을 통해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오랫동안 의료계가 요구했던 안들로 큰 틀에서 내부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래서 '인간 최대집이 싫어도', '최대집 집행부가 하는 방식에 공감할 수 없어도', 이번 한 번만 동참해 주시라고 부탁드린다.

인간 최대집이 맘에 안 든다고 한국 의료 정상화의 기회를 차버릴 수는 없지 않나? 다시는 오지않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의협신문 김선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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