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무고한 '옥살이' 사법부 무지 때문"
"의료인 무고한 '옥살이' 사법부 무지 때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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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모체태아학회 성명, 산부인과 의사 법정구속 비판
불가항력적 상황 무시…"의학에 대해 심각한 무지 드러낸 판결"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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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이 산모가 사망했다고 산부인과 의사를 법정구속하고 금고형을 선고한 것에 대한 의료계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학회는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사법의 무지함으로 의료인이 무고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 6월 29일 형사 2심 판결에서 안동의 개인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에 대해 유도분만의 방법을 선택해 진행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사유로 산부인과 의사는 금고 8개월로 전격 법정 구속하고, 분만 담당 간호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학회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은 활력 징후 측정을 한 번 누락한 것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의학에 대한 심각한 무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산모는 출혈이 자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자궁 내 잠재 공간에 누적되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고, 태반조기박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압통이나 동통이 없었으므로 태아가 자궁 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의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

두 학회는 "이런 임상 상황을 고려하고 간호사가 활력 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의료진을 무죄라고 판결했던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상급심에서는 오히려 임상적 상황은 송두리째 무시하고 활력 징후 측정 누락과 산모의 사망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과관계가 있다 함은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이 산모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이는 2심 재판부의 의학적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의 논리대로 활력 징후 측정으로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간호사의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을 이유로 지시 감독 위치의 의사를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의료행위의 경중과 우선순위에 대해 몰이해가 낳은 과도한 양형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활력징후 누락이 없이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했다고 해도 태반조기박리의 주산기 사망률은 3∼12%에 이르기 때문에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이 금고형에 이르는 중대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

두 학회는 이번 의학적 근거 부재로 인한 2심 판결의 과도한 양형을 비난하면서 "앞으로 사법 절차 진행과정에서 의학적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임상적 상황에 대한 현실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판결이 도출돼 산부인과 의사의 무고한 옥살이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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