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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약사 몸로비 글' 쓴 공보의…"사실은 이렇다"
[단독] '제약사 몸로비 글' 쓴 공보의…"사실은 이렇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5 11:43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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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쓴 익명게시판 소설...현실성 없는 이야기"
"악의적으로 편집해 유포...근거없이 정황 만으로 보도"

"의사라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란 걸 알 거다. 익명게시판에 끄적인 소설일 뿐이다"

7월 4일, [의협신문]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A의사는 스스로 최근 논란이 된 '몸로비 정황 게시글'의 작성자라고 밝혔다. A의사는 "현재 악의성 보도가 재생산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뉴스1]의 보도로 알려진 '몸로비 정황' 게시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보닷컴]은 공중보건의사출신의 남성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리베이트 성으로 성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뉴스1]은 댓글을 분석한 결과, 회원들이 자신들의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해당 여성의 사진을 돌려본 정황도 포착됐다고 보도해 파장이 더 커졌다.

[의협신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A의사에게 자세한 사정을 물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성 접대' 정황을 암시하는 게시글의 캡처 화면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심경이 어땠나?
놀라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근거도 없는 정황만 가지고 벌어진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또다시 의사들에게 안 좋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하나의 기사로 시작됐는데, 삽시간에 다른 언론사들을 통해 재생산됐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의혹이 계속 커져가는걸 느꼈다. 누구 하나 나에게 사실관계를 묻지 않았다. 그저 마음대로 복사해서 다시 배포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사실이 아니기에 데미지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기사가 재생산되고 있는 걸 보고,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셨다. 설명해달라.
우선, 언론에서 배포된 캡처 화면에서 날짜를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날짜가 2011년이었다. 마치 이걸 최근 3월인 것처럼 보도했다. 9년 전 일을 꺼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심지어 글 작성 당시, 나는 공보의도 아니었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게시판은 폐쇄된 익명 게시판이었다. 글을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배출구 같은 곳이었다.

공보의를 마치고, 심심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음란의생'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당시 내가 쓰고 있던 야설 시리즈가 여러개 있었다. 내가 올린 글로 관심을 끄는 게 재미 있었다.

해당 게시글이 '야설'시리즈 중 하나라는 건가?
그렇다. 그리고, 의사라면 내 글을 보고 진짜라고 여긴 사람은 없을 거다. 공보의 시절, 내가 처방한 약이 한 달에 30만원도 안됐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제약사가 한달에 30만원도 안되는 약을 처방하는 공보의에게 로비를 하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당시 게시글이 소설임을 명시했나?
소설이라고 명시하진 않았다. 당시 주목을 받고 싶었던 탓에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경험담처럼 작성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보도에선 몰래 찍은 사진을 돌려본 정황도 이야기됐다.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건가?
게시글에 재미를 주고자, 야한 영화에 나오는 베드신 중 어둡게 나온 장면을 캡처·편집해서 글과 함께 올렸었다. 게시글이 주목을 받고, 인기 글에도 올라갔다. 이 와중에 누군가가 "이거 무슨 영화에 나온 장면이다"라고 할까 봐 사진을 내렸다. 재미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댓글을 통해 원래 사진이 있었던 것을 알아채고, 이메일주소를 남기며 자기도 보내 달라는 댓글들이 달렸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영화 캡처인 것을 들킬까 봐 보내지도 않았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3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과글을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과하는 순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잘못한 것은 악의적으로 사실을 편집해 유포한 사람이다. 수사나 연락이 온다면, 언제든 대응할 자신이 있다.

만약, 해명했음에도 사태가 진압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할 생각도 갖고 있다.

현재도 [공보닷컴]에 해당 게시글이 남아있나?
[공보닷컴]은 정기적으로 인증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아, 현재는 자연스럽게 탈퇴된 상태다. 내가 썼던 글들이  또 문제가 될까 봐 운영진에게 지워달라고 했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지운 기록이 남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직접 가입 후 스스로 지우겠다고 했는데 운영진끼리 상의를 하겠다고 했다. 아직 연락을 받진 못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가장 힘든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나에게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님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마치 범죄자를 보듯 대했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일을 시작한 사람은 진실을 다 알 거다. 악의적으로 편집해 제보하거나 보도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을 알면서도 남에게, 의사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제히 보도한 언론들에도 자정을 요구하고 싶다. 흥미 위주의 이벤트로 몰고 가는 현실에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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