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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산모 사망했다고 분만 의사 법정 구속
산모 사망했다고 분만 의사 법정 구속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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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의한 과다출혈...예견·진단 힘들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의학적 이해 부족 '탁상공론' 판결"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사산아 유도 분만 중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하자 의료진이 부주의했다며 A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월을 선고 후 법정 구속했다. ⓒ의협신문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사산아 유도 분만 중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하자 의료진이 부주의했다며 A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월을 선고 후 법정 구속했다. ⓒ의협신문

분만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하자 산부인과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 금고 8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과 탁상공론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를 범죄자로 단정하고, 형사 합의를 종용하며 산부인과 의사의 인신을 구속한 판결"이라며 "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과 탁상공론 판결로 대한민국 분만환경을 철저히 파괴시킨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 6월 27일 형사 2심 판결에서 "사산아 유도 분만 중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주치의인 A산부인과 의사(안동·B산부인과 의원)에게 금고 8월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함께 분만을 도운 담당 C간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직업상 수십 년간 분만하면서 수천 명 이상의 분만을 담당하게 되는 의사에게 단 한 명의 산모 사망이나 태아 사망이 발생했다고 구속한다면 산부인과 의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A의사는 안동지역에서 1인 분만 산부인과를 10년 이상 운영해 왔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산부인과 의사회원이 한순간에 흉악한 범죄자가 되어 법정 구속됐다"고 정황을 전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상실감과 안타까움을 넘어 내일은 바로 내가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부검 결과, 태반과 자궁벽 사이의 분리된 공간에서 200cc의 응고된 혈종이 확인된 점 ▲유도 분만 중 압통이나 동통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간호사가 활력 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오후 6시에 활력징후를 한 번 측정했다면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해 급속한 대량 출혈과 산모의 사망을 막았을 것"이라며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 자체가 힘들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의학적 사안"이라며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의학적 증거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사산아에 대해 분만 중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할 당위성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의사를 법정 구속한 폭력적 판결로, 대한민국의 산부인과 분만 현실을 도외시했다. 특히 의사의 인간으로서의 한계점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 판결을 했다"고 지적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2심 판사는 헌법상의 무죄 추정 원칙을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의 심각성은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라며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는 구속과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더 이상 분만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이번 판결이 산부인과 기피 현상과 분만의사 부족 등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사고 발생 위험 등 어려운 현실로 인해 의대생들은 10년 이상 산부인과 의사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분만 현장을 떠난 대한민국의 작금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한 사람의 사망자라도 발생한 경우, 그 피해자에 대해 소방관이 다른 방법을 택했더라면 살 수도 있었다는 개연성을 주장하며 판사가 구속한다면 소방관은 사라질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어떤 분만 의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황당함과 잘못됨을 제대로 판단해 바로 잡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대법원조차 이번 판결을 방관한다면,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발적 분만 현장 대량 이탈과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 모든 사회적 책임은 이런 현실 도외시한 판결을 한 법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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